"갑작스러운 제재에 멍해져…하지만 여전히 '반서방'은 아냐"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지난 3년간 자사 제품들의 부품 1만3천여개를 국산으로 교체하고, 회로기판 4천여개를 재설계했다고 창업자 런정페이(72) 회장이 밝혔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런정페이는 지난달 24일 열린 한 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으로 연설했으며 난징대가 최근에 이 연설문을 발간했다. 이는 베이징대, 상하이교통대 등을 통해서도 인터넷에 게시됐다.
이 세미나에서 런정페이는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 후 기술적 난관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참여한 대중과 학자들에 감사를 표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인 2019년 5월 행정명령으로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수출 통제명단'에 넣고, 해당 기업과 거래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락을 받도록 하는 등 화웨이의 공급망 마비를 겨냥한 고강도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핵심 반도체 부품 수입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등 주력 사업에서 타격을 받은 화웨이는 이후 자체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연설문에 따르면 런정페이는 화웨이가 미국과 분쟁을 겪기 전까지 자신이 서방 기술의 옹호자였으며 심지어 지금도 '반(反)서방'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갑자기 우리는 제재받았고 그들은 부품과 장비를 공급할 수 없게 됐다. 나는 정신이 멍해졌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 3년이 지난 현재 화웨이는 자국산 소재로 대체품을 만든 후 회로기판 생산이 안정화됐다고 런정페이는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화웨이의 연구·개발(R&D) 비용이 238억 달러(약 31조원)에 달했다고 공개했다.
런정페이는 챗GPT 열풍에 대해서는 "오픈AI가 해당 분야의 유일한 지배적 선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 분야는 우리가 작업할 대상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챗GPT가 만들어낼 기회는 그 산업이 더 많은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화웨이 제품에 대한 더 많은 수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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