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프협정 통한 달러 유동성 공급 증대…스위스는 UBS에 최대 141조 지원
美 시그니처은행도 인수자 찾아…"2008년 금융위기 연상" 우려 여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붕괴 시 세계적 파장이 우려됐던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UBS에 매각되자 시장이 안도 중인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 중앙은행들이 은행권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며 시장 진정에 나서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UBS는 경영 위기에 처한 CS를 30억 스위스프랑(약 4조2천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UBS는 올해 말까지 마무리될 이번 인수에 따른 손실액을 54억 달러(약 7조원)로 추정하고 있으며, 스위스 국립은행(SNB)은 이번 인수 지원을 위해 UBS에 최대 1천억 스위스프랑(약 141조원)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필요시 유로존 은행들에 대출 지원을 하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폐쇄된 시그니처은행의 자산을 인수했던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이날 미국 은행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에 시그니처은행의 자산과 부채를 매각하는 방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시장의 안도감이 더해졌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캐나다·영국·일본·ECB·스위스 등 5개국 중앙은행은 UBS의 CS 인수 발표 후 달러화 스와프협정 상의 유동성 증대를 위해 공동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달러 스와프에 따른 달러 공급 효과를 키우기 위해 최소 다음 달 말까지 "(협정상) 7일 만기물의 운용 빈도를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로 "유동성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세계 자금시장의 경색을 완화하기 위한 중요한 유동성 지원"이라고 평가했다.
스와프협정은 환율 안정을 위해 협정 체결국 중앙은행들이 일정액의 자국 통화를 서로 교환해 예치하는 것으로, 금융 환경이 경색되어 달러 유동성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달러 표시 부채를 보유한 각국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UBS의 CS 인수를 이끌어낸 스위스 당국의 조치에 대해 "신속한 행동"이라면서 "질서 있는 시장 상황을 복구하고 금융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은행권은 회복력이 있다"면서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필요시 금융시스템에 유동성 지원을 제공하고 통화정책의 순조로운 전파를 지키기 위한 정책 수단을 완전히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스위스 당국의 금융안정 지원 조치 발표를 환영한다"면서 "미국 은행시스템의 자본과 유동성 포지션은 강하며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회복력이 있다"라고 밝혔고, 잉글랜드은행(BOE)도 환영 입장을 내놨다.
컴 켈러허 UBS 이사회 의장은 "(스위스 내 1·2위 금융사가 합병한) 오늘은 스위스에서 역사적인 날이지만, 이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면서 "지난 몇 주간 여러 사건 때문에 세계 금융당국들이 금융안정을 위해 UBS에 CS 인수를 촉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로 시장이 안도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유로화·파운드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최근 일련의 조치에 대해 코로나19 확산 초반의 유동성 공급 이후 본 적이 없는 세계적 대응이라면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스위스 당국은 명목상 170억 달러(약 22조2천억원) 상당의 CS 회사채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로 해 투자자들이 반발하는 상황이다.
또 미국이 지난주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모든 예금을 보호하기로 하는 등 서둘러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 불안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원 조치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 미 중소은행인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정크) 수준으로 낮췄다.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유럽 내 주요 은행 최소 2곳이 은행권의 위기 전염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며 연준과 ECB가 더 강력한 지원 신호를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컨설팅업체 오피마스의 옥타비오 마렌지 최고경영자(CEO)는 "스위스의 금융중심지 지위가 충격을 받고 있다"면서 "스위스가 이제는 금융적으로 (해외 원조로 살아가는) '바나나 공화국'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금리 결정을 앞둔 연준과 BOE 인사들은 이번 주 회의를 열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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