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분리주의자, 런던印대사관 국기 끌어내려…印, 英에 항의

입력 2023-03-20 13:24  

시크분리주의자, 런던印대사관 국기 끌어내려…印, 英에 항의
인도 외교부, 영국 부대사 초치…"치안 관련 영국정부 무관심" 지적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계 시크교도 분리주의자가 영국 런던의 인도대사관에 난입해 인도국기를 내린 일이 발생, 인도 정부가 고위 외교관을 초치하며 영국 측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20일 ANI통신 등 인도 매체와 온라인 영상에 따르면 전날 런던 인도대사관 앞에서 시크교도 수십명이 인도로부터 독립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칼리스탄'이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슬로건을 외쳤다.
칼리스탄은 펀자브어로 '순수의 땅'을 의미하며 시크교도 급진주의자들은 인도 북부 펀자브 지역을 중심으로 인도와 분리된 독립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시위대 중 한 명은 대사관 발코니로 올라가 그곳에 걸려 있던 인도 국기를 내리기까지 했다.
대사관 직원이 이를 제지했지만, 그는 발코니에서 곧바로 내려가지 않고 칼리스탄 상징 깃발을 흔들었다.
이 과정에서 유혈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대사관의 유리창이 깨어지는 등 일부 기물이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 경찰은 현장에서 폭력 소요 혐의로 한 남성을 체포했고 관련 사건 조사에도 착수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인도 외교부는 이날 밤 크리스티나 스콧 인도 주재 영국 부대사를 초치했다.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뉴델리에 있는 최고위 영국 외교관을 불러 강력한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며 인도 외교 공관과 인력 관련 치안에 대한 영국 정부의 무관심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영국 정부는 즉시 이번 일에 연루된 이들의 신원을 밝히고 체포, 기소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15세기 인도 북부에서 탄생한 시크교는 구루 나나크가 교조이며 개인적 수양을 통한 해탈을 추구한다. 힌두교와 이슬람교 신앙이 융합됐고 전 세계적으로 약 3천만명의 교도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인도 경제·국방 등의 분야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1947년 인도 독립 시기부터 별도 국가 건설을 염원했다. 독립운동 움직임은 이후 1980∼1990년대부터 둔화했다가 최근 들어 일부 극단주의자를 중심으로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지난달에는 시크교 급진주의 지도자인 암리트팔 싱과 그의 추종자들이 총과 칼로 무장하고 펀자브주의 경찰서를 습격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인도 정부는 지난 18일부터 싱을 체포하기 위해 대규모 검거 작전을 펼치고 있다.
펀자브주 경찰은 "법질서 교란 시도 등과 관련해 112명을 체포했다"고 전날 밝혔다.
당국은 작전 과정에서 펀자브주의 인터넷과 모바일망도 끊은 상태다.
다만, 싱은 아직 체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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