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먹이 배제해 생존에 영향…인간 미각 추가 연구 필요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초파리가 '알칼리필레'(alkaliphile)라는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미각 수용체를 통해 먹이의 알칼리성을 감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질의 산성이나 알칼리(염기)성 정도를 나타내는 수소이온농도(pH)는 유기체가 먹이를 분해하고 효소 반응을 일으키는 등의 생물학적 과정에서 중요한 작용을 해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산성과 관련한 미각에 대해서는 충분한 연구가 이뤄져 왔지만, pH 스펙트럼의 반대편에 있는 알칼리성을 느끼는 미각에 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다.
미국의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으로 미각과 후각 등 감각관련 연구를 해온 '모넬 화학감각 센터'에 따르면 장야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미각을 연구할 때 흔히 이용되는 황색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에서 알칼리성 미각 수용체인 알칼리필레를 규명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물질대사'(Nature Metabolism)에 발표했다.
동물이 먹이의 산도와 염기를 감지하는 것은 건강한 먹이 선택하게 해 개체의 발달과 생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연구팀은 제시했다.
연구팀은 전기생리학적 분석을 통해 알칼리필레가 수산화이온(OH-)에 의해 직접 작동하는 염화이온(CI-) 통로를 형성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런 알칼리필레는 초파리의 미각수용체신경(GRN) 안에서 발현하는데, 포유류의 후각신경처럼 GRN 내 염화이온 농도가 신경세포 밖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pH가 높은 물질에 노출되면 알칼리필레의 통로가 열리면서 음이온인 염화이온이 GRN 안에서 밖으로 흘러 나가고, 이런 유출이 GRN을 활성화해 초파리 뇌에 알칼리성 먹이이니 피하라는 신호를 전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오랫동안 경시돼온 염화이온과 그 통로가 뇌에 미각신호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번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야생 초파리는 중성(pH 7)과 알칼리성(pH 12) 먹이가 함께 있을 때 pH가 높은 알칼리성 먹이의 독성을 감지해 중성 먹이를 택하지만, 알칼리필레가 결핍된 초파리는 알칼리성 먹이를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pH가 높은 먹이를 먹은 초파리는 그 독성으로 수명이 짧아질 수 있는 것으로 제시됐다.
인간의 경우 pH가 너무 높은 음식을 섭취하면 근육경련이나 메스꺼움, 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연구 결과는 초파리의 알칼리필레가 해로운 알칼리성 환경에서 벗어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또 붉은색 조명으로 초파리의 알칼리 GRN을 활성화한 결과, 평소에 좋아하는 달콤한 먹이에도 달려들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알칼리성 pH를 감지하는 미각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점이 확인됐다면서 초파리의 GRN이 포유류의 미각수용체 세포와 같은 것이지만 포유류를 비롯한 다른 동물에서도 같은 작용이 일어나는지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새로운 미각을 연구하는 것은 식습관을 이해하고 영양을 개선할 수 있는 전략을 짜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