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조롭고 급여 적어 적응 못 해…4대 도시가 기회 많아"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워라벨'을 꿈꾸며 4대 일선(一線)도시를 떠났던 중국의 젊은이들이 복귀하고 있다고 신랑재경 등 현지 매체가 2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소셜미디어(SNS)에는 "나는 다시 표류 생활로 돌아왔다"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비싼 집세 등 고물가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안락한 삶을 위해 베이징·상하이·선전·광저우 등 4대 일선도시를 떠났으나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대도시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한 인터넷 채용 사이트의 창멍쩡 원장은 "데이터 분석 결과 일선도시를 떠난 23%가 15개월 만에 다시 일선도시로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21년 왕훙(網紅·중국의 인플루언서)인 장쉐펑이 "베이징을 떠나 쑤저우에 온 뒤 일과 삶의 균형, 소속감을 찾았다"며 "이곳이야말로 나의 도시"라는 글을 올린 것이 화제가 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4대 도시 탈출 붐이 일었다.
2021년 한 해 상주인구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신일선도시인 청두와 항저우로 각각 24만5천명, 23만9천명이 늘었다.
신일선도시는 최근 인구와 경제가 성장한 청두, 항저우, 충칭, 시안, 톈진 등 15개 신흥 발전 도시를 일컫는다.
반면 베이징은 4천명이 줄었고, 상하이와 광저우는 각각 1만700명, 7만3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21세기 경제연구원이 작년 4월 발표한 '신일선도시 Z세대 청년 소비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70% 이상 젊은이들이 "삶이 여유롭고 지역사회 소속감이 강하다"고 답해 4대 도시보다 신일선도시의 생활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팍팍한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소도시로 이주했던 젊은이들은 현지에 적응하며 뿌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베이징의 술집을 운영하던 우쿵(35)씨는 3년 전 발생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폐업한 뒤 베이징을 떠났다 최근 베이징으로 돌아와 새로운 직장을 구했다.
그는 "남방의 3선 도시인 고향에 돌아가면 마음이 편하고 여유 있게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고 급여도 턱 없이 적었다"며 "무엇보다 옛 친구들과 말이 안 통해 답답했고, 낯설었다"고 말했다.
1년 만에 베이징으로 돌아왔다는 29살의 한 젊은이는 "직장과 생활의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려워 고향으로 돌아가 1년여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충칭의 한 업체에 입사했으나 집세 등을 내면 남는 게 없어 베이징으로 돌아왔다"며 "베이징에서 받는 급여는 절약하면 수중에 남는 돈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으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안락한 생활이 아니라 은행 계좌에 두둑한 돈이 있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소도시의 단조로운 일상과 대도시에서 만끽하던 풍요롭고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없는 것도 낙향했던 젊은이들을 대도시로 다시 불러들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방역 완화에 따라 대도시가 일상을 회복하고, 일자리가 늘면서 취업의 문이 넓어지고 있는 것도 젊은이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낙향한 지 2년 만에 광저우로 돌아간다는 한 젊은이는 웨이보에 "4대 도시는 어쨌든 기회의 땅이다. 소도시보다 선택할 수 있는 길도, 기회도 많다"며 "지금은 안락한 삶을 추구할 때가 아니라 노후의 안락한 삶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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