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뒤흔드는 '사법부 무력화' 설계자는 뉴요커 2명

입력 2023-03-21 09:53  

이스라엘 뒤흔드는 '사법부 무력화' 설계자는 뉴요커 2명
NYT, 우파 싱크탱크 '코헬렛' 간판·물주 조명
주요정책 좌지우지…"미국서 돈받고 네이콘 철학 주입"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이스라엘에 민주주의 훼손 논란을 부른 사법제도 개편의 설계자가 미국 뉴욕 출신 2명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추진하는 사법부 무력화는 이스라엘 싱크탱크 '코헬렛 정책포럼'이 밑그림을 그려준 전략이다.
이 개편안은 정부가 판사 선임에 더 많은 통제력을 행사하고 대법원이 의회가 만든 법률을 폐기하기 어렵게 하는 게 골자다.
의원내각제를 운용하는 이스라엘에서 이런 개편이 이뤄지면 민주주의 초석인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코헬렛은 2012년 설립된 뒤 이스라엘 우익을 위한 두뇌집단을 자처하며 보수적이고 자유주의적인 법안을 작성해왔다.
이 싱크탱크의 핵심인사는 모세 코펠(66), 아서 댄트치크(65) 등 물밑에서 주로 활동하는 뉴요커 2명이라고 지적했다.
코헬렛의 설립자인 코펠은 뉴욕에서 자라 1980년 이스라엘로 건너간 인물로. 법률이나 법제도 전문가가 아닌 수학자 출신이며 전문 분야는 머신러닝이다.
정책에 뛰어든 지 20년째인 그는 정치적 견해를 매우 합리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데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댄트치크는 코헬렛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한 억만장자로 미국의 대형 투자업체인 서스케하나 인터내셔널 그룹의 공동 창업자다.
그는 순자산이 72억 달러(약 9조3천억원)로 이날 현재 포브스 글로벌 부자랭킹 302위를 달리고 있다.

댄트치크는 미국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뒤 프로 포커선수, 경마 도박단 운영자를 거쳐 전문 투자자로 자수성가했다.
그가 1987년 친구 몇 명과 설립한 서스케하나 그룹은 확률과 합리적 결정이라는 도박의 요소를 중시하는 문화 속에 신입사원에게 몇 주간 텍사스홀덤(포커게임)을 훈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NYT는 코펠과 댄트치크가 이스라엘에 대한 애국심이 강렬하고 자유주의 사상에 심취한다는 공통점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신념을 이스라엘에 이식하는 데 성공을 거듭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헬렛이 사회를 떠받쳐온 사회주의적 가치를 계속 공격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에서는 시장 자유주의, 민족주의가 득세했다.
야리브 레빈 이스라엘 법무부 장관은 올해 1월 사법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코헬렛의 법률국장에게 지원에 대한 감사를 표명했다.
앞서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요르단강 서안의 정착촌을 국제법 위반으로 보지 않겠다고 했을 때도 코헬렛이 관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은 코헬렛에 영상 편지를 보내 미국의 40년 정책기조를 뒤집은 새 선언을 지원한 데 감사를 전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사회 불안을 자극하는 정책안이 외국에서 들어온다는 점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스라엘 의회의 헌법·법률·사법위원장을 지낸 기라드 카리브(노동당) 의원은 코헬렛의 정책안을 '미국 수입품'으로 규정했다.
카리브 의원은 "저들이 미국에서 재정 지원을 받을 뿐만 아니라 초강경 우파, 네오콘(미국의 신보수주의) 철학까지 들여온다"고 주장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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