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연구팀, '류구' 시료 분석…"운석 실린 생명물질 초기 지구에 전달된 듯"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일본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호가 소행성 '류구'(龍宮)에서 채취해 지구로 가져온 시료에서 유전물질인 RNA를 구성하는 염기 중 하나인 '우라실'(U)과 니코틴산(비타민 B₃)이 발견됐다.
일본 홋카이도대 오바 야스히로 교수팀은 22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류구 시료 분석에서 이를 확인했다며 이는 중요한 생명 구성물질이 외계에서 기원해 탄소가 풍부한 운석에 실려 지구로 전달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하야부사2호는 탄소질의 C형 소행성 류구를 탐사하면서 표면 2곳에서 약 5.4g의 먼지와 작은 돌 시료를 채취해 2020년 지구로 가져왔다.
연구팀은 이 시료를 분석해 생명체 유전정보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RNA를 구성하는 4가지 핵염기(nucleobase) 중 하나인 우라실(U)과 지구 생명체 신진대사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비타민 B₃(니코틴산=니아신)를 확인했다.
오바 교수는 "이전에도 지구에 떨어진 탄소질 운석에서 핵염기와 비타민이 발견된 적이 있지만, 매번 운석이 지구 환경에 노출돼 오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하야부사2호는 직접 류구에서 시료를 채취해 밀봉했기 때문에 오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류구 시료를 뜨거운 물에 담가 내부 물질을 추출한 다음 이를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와 고분해능(high-resolution) 질량분석법으로 분석, 다른 질소 함유 유기화합물들과 함께 우라실과 니코틴산을 확인했다.
오바 교수는 "류구 시료에서는 우라실이 6∼32ppb(parts per billion), 비타민 B₃가 49∼99ppb 검출됐다"며 "이 밖에 단백질과 신진대사에서 발견되는 아미노산과 아민, 카복실산 등 다른 생물학적 분자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화합물들은 앞서 분석된 류구의 다른 시료에서 발견된 화합물들과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는 시료가 채취된 두 지점이 우주의 극한 환경에 노출된 정도가 다르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이런 질소 함유 화합물들이 태양계 형성기에 성간 얼음에서 암모니아, 폼알데하이드, 사이안화수소 같은 더 단순한 분자들의 광화학적 반응으로 만들어졌다가 소행성에 합쳐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단순한 분자들은 류구 시료에서는 검출되지 않았으나 혜성 얼음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류구 역시 온도가 낮은 혜성이나 다른 천체에서 생겨났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팀은 발견된 물질들은 수백만년에 걸쳐 자외선과 우주방사선을 받아 변형되고 운석 충돌 때 지구에 전달돼 초기 생명체의 유전적 기능 출현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오바 교수는 류구에서 우라실을 발견한 것은 초기 지구의 핵염기 기원이 외계일 것이라는 현 가설에 힘을 실어준다며 "9월 지구에 도착할 미 항공우주국(NASA)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의 소행성 '베누'(Bennu) 시료를 비교 분석하면 더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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