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계 환영 목소리 "응급실이 소아응급진료 1차책임…'지역완결형 치료' 목표"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정부가 21일 내놓은 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은 현행 응급의료 체계를 정비해 궁극적으로 중증 환자나 소아 환자가 응급실에 갔을 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목표를 지향한다.
그동안 응급실에 가도 중증 환자나 소아를 진료할 의료진이 없다는 등 이유로 주변 병원을 전전하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종종 있었지만, 이제부턴 응급의료 체계를 확 바꿔 환자 생명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응급실 진료를 전담하는 응급의학과 교수들은 정부 정책에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김원영 교수(응급실장)는 기자들과 만나 "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은 중증 환자와 소아 환자에 대한 응급의료 시스템을 새롭게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대한응급의학회 정책이사를 맡아 응급의료 기본계획 수립에 여러 의견을 냈다.
그는 무엇보다 이번 기본계획으로 응급실이 필수의료의 보루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흉터 환자가 응급실에 왔을 경우 지금까지는 성형외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환자를 돌려보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이런 환자도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우선 진료하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중증센터로 보내는 구조로 개편된다"고 말했다.
또 필수의료 논란에 불을 지핀 소아 응급환자 진료도 대폭 개선될 것으로 김 교수는 전망했다. 이번 기본계획에는 소아 응급실이 시설과 장비 등의 부족을 이유로 '수용곤란'을 고지해야 할 상황이더라도 심정지 등의 초응급환자에 대해서는 기준과 무관하게 환자를 수용하도록 규정했다.
김 교수는 "응급실에서 볼 때 가장 위험한 건 소아 환자이지만, 사실 소아 중 90% 가까이는 경증 질환"이라며 "이제는 소아 환자가 응급실에 올 경우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없어도 응급의학과 의사가 먼저 치료하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 국한해 전원 조치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진료가 가능해지는 건 지난 30년 동안 시행돼 온 '권역응급센터-지역응급센터-지역응급실' 시스템이 '지역응급실-응급센터-중증응급센터' 개념으로 정비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행 응급의료 체계에서는 지역응급센터를 거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가야 하지만, 병원의 전체적인 진료 역량으로는 반대인 경우가 있어 중증 환자 진료에 걸림돌이 되는 측면이 있었다. 또 중증센터에 경증 환자들이 많이 모여 정작 중증 환자들이 제때 진료받지 못하는 점도 문제였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복지부는 응급실의 규모뿐만 아니라 병원의 규모까지 고려해 응급의료센터를 지정하고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기존에는 중증센터를 갖춘 응급센터보다 오히려 중증센터가 없는 지역의료센터가 상위의 개념이었기 때문에 중증 환자가 있어도 중증센터로 보내기 힘들었다"면서 "이번 응급의료 기본계획은 향후 5개년 동안 중증 환자들이 적절한 응급의료기관으로 가서 최적의 치료가 이뤄지기까지 소요 시간을 줄이고 사망률이 낮아지도록 응급의료 체계를 바꾸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병원 전 단계에서 환자의 중등도 분류가 이뤄지고, 응급 환자가 발생한 지역에서 최종 진료가 이뤄지는 '지역완결형 체계'도 의료계의 공감대를 얻고 있다.
최성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고대구로병원)은 "지역에서 발생한 응급환자는 되도록 지역 내 응급의료기관에서 최종 치료까지 해결되는 구조여야 한다"면서 "응급의료체계가 개편됨으로써 응급실에 오는 환자들이 진료를 거부당하거나 병원을 전전하지 않게 하는 기초는 만들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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