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우크라 고리로 서방에 날 세워…푸틴, 연내 답방 가능성도
에너지·디지털경제 협력 확대…러 "무역 결제에 위안화 사용 지원"
평화계획은 진척 없어…中 "금명간 젤렌스키와 통화 가능성 낮아"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와 대만 문제에 대한 상대방의 입장을 지지하며 미국과 날을 세웠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러시아산 에너지 거래를 늘리기로 하며 서로의 실속도 챙겼다.
다만, 서방이 촉각을 기울인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무기 지원에 대해선 공개된 내용이 없었고,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해법도 지난달 중국이 공개한 계획에서 추가 진척은 없었다.
◇ "각국 영토보전 지원할 것…美, 세계안정 해치지 말라"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 후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양국은 각자의 이익, 무엇보다도 주권과 영토보전, 안보를 지키기 위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대만 독립에 반대하고 중국이 자국 주권을 지키는 것을 확고히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러시아는 중국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의 호주에 대한 핵잠수함 조기 공급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옹호했다.
두 정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권한을 위임받지 않은 모든 형태의 독자 제재에 반대한다"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비판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양국 정상은 "어떤 국가나 집단이 군사적, 정치적, 기타 우위를 도모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합리적인 안보 이익을 해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역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서방이 러시아를 위협하고 있다는 러시아의 논리와 상응하는 내용이다.
나아가 양국 정상은 미국의 미사일 관련 활동을 언급하고, "미국은 세계의 전략적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두 나라 공군·해군의 합동 훈련을 정례화하는 등 군사 협력도 지속해서 강화할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번 시 주석의 러시아 국빈 방문에 이어 푸틴 대통령의 연내 중국 답방도 가능할 전망이다.
시 주석은 이날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와 회동한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을 올해 열리는 제3차 일대일로 정상포럼 참석을 위해 중국에 방문하도록 초청한 사실을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7년, 2019년 중국에서 열린 일대일로 정상회담에 참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연내 중국을 방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에너지 전방위 협력…시진핑, 실질적 협력에 '방점'
한편으로 두 정상은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한 양국 경제 협력의 새로운 청사진에도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결과에 대해 "경제와 무역은 양국 관계에서 우선순위"라며 "양국 에너지 협력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러시아는 중국에 석유 공급을 늘릴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와 중국을 잇기 위해 건설 중인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면서 "2030년까지 중국에 최소 98bcm(1bcm=10억㎥)의 가스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 원자력 기업 간 장기 협력 프로그램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나아가 그는 "중국 기업이 러시아를 떠난 서방 기업을 대체하도록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면서 "양국이 잠재력을 결합하면 인공지능(AI), 정보통신(IT) 등 분야에서 세계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시 주석 역시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드는 양국 관계와 전략적 파트너십의 심화에 대한 성명에 서명했다"고 회담 결과에 만족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러시아와 석유제품 무역을 늘리기로 합의했다"며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양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과 식량 안보 보장을 위해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또 "우리의 협력 분야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고, 추가 협력을 통한 협력의 조기 결실도 가능할 것"이라며 실질적 협력 증진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 따라 회담에선 양국 간 결제에서 쌍방 통화 사용을 늘리는 방안도 합의됐다. 러시아는 아시아 및 중남미 국가와의 결제에서도 중국 위안화 사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 中 "대화 지지" 입장 재확인에도 서방 우려 불식 난망
다만 중국이 '평화 여정'으로 지칭하며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던 시 주석의 우크라이나 중재 외교는 당장의 실효성에 여전히 물음표를 남기게 됐다.
이날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우리의 계획은 유엔 헌장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며 지난달 전쟁 1주년을 맞아 발표한 자국의 입장에 따른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그는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공정한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평화와 대화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도 "시 주석이 일대일 회동에서 중국의 평화계획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며 "서방과 우크라이나가 준비만 된다면 중국의 평화 계획이 사태 해결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해당 계획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로부터의 철수에 대한 언급이 없어 우크라이나가 이를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백악관 역시 전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 영토에 남겨 두는 휴전 요구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 결과에도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할 만한 새로운 제안이나 입장 변화는 없었다. 여기에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이 발표된 직후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푸틴 대통령에 대해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도 악재가 됐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시 주석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 가능성에 대해선 "금명간에는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서방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무기 지원 방안에 대해선 공식적인 언급이 없었다.
다만,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인공지능(AI)과 정보기술(IT)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 직접적인 무기 지원은 아니더라도 민간을 통한 군사 지원의 우회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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