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소통 시도…"훌륭하지만 소통 부족" 정부 내 판단
비판 잠재울 개혁의제 고심…총리교체·개각 등 급격한 변화는 배제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의회를 따돌리고 연금개혁을 밀어붙인 에마뉘엘 마크롱(45) 프랑스 대통령이 후폭풍 수습에 나선다.
AFP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오후 1시에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TV 인터뷰에서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의회패싱'의 정치적 타격에서 벗어나 국정운영에 새 동력을 얻을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AFP는 전했다.
집권2기 임기가 4년 남은 그는 인터뷰에 앞서 전날 각 부처 장관, 고문, 기타 정계 유력인사들과 함께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석자는 마크롱 대통령이 "방식의 변화와 새 개혁의제 설정을 위한 아이디어를 2∼3주 안에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우리는 (국민들을) 달래고 진정시키며 현장에 나가 분노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의에 참여한 인사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투표, 개각, 총리 교체, 의회해산과 같은 급격한 변화 가능성은 배제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금이 어려운 시기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분노한 시위대를) 진정시키고 싶지만 급하게 일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진통 끝에 연금개혁을 완수한 마크롱 대통령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자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계속되는 사회불안을 진정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AFP는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긴급한 상황에서 하원 표결 절차를 생략할 수 있게 한 헌법 49조3항을 이용해 지난 20일 연금수급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연금 개혁 법안 입법을 강행했다.
이에 수도 파리를 중심으로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일부는 수거업체 파업으로 쌓인 쓰레기와 자전거 등을 불태우고 차량 통행을 막는 등 과열 조짐을 보이자 경찰은 해산에 들어갔고 연금개혁 입법이 마무리된 직후 수 시간 만에 약 300명을 체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9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8%를 얻어 2018년 말 유류세 인상에 대한 반발로 프랑스 전역을 뒤흔든 '노란 조끼' 시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23%까지 떨어졌다.
관측통들은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시위대의 분노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마크롱 대통령 인형을 불태우고 처형을 요구하는 등 증오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 뮉셀 파리정치대학 정치연구소(Cevipof) 선임연구원은 "노란조끼 시위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엄청난 분노와 증오의 초점이 됐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측근들도 그가 대중들에게 오만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한 정부 고문은 "(마크롱은) 훌륭한 대통령이지만 소통에는 영 소질이 없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다른 측근도 "그는 호불호가 갈리는 분열적인 대통령"이라며 "하지만 애초에 대통령이 될 수 있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과 사회당이 권력을 양분해온 프랑스에서 기성 체제에 대한 신랄한 비판, 참신한 이미지를 앞세워 2017년 39세로 대통령에 당선된 바 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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