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라시드2 로버 창어7호 이용, 국제무기거래규정에 저촉"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아랍에미리트(UAE)가 중국이 2026년 달에 보낼 예정인 창어 7호 탐사선에 자국 로버(이동형 탐사 로봇)를 실어 보내려던 계획이 미국의 기술 이전 제한에 걸려 좌초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23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UAE는 지난해 9월 자국산 초소형 로버 라시드2를 달 남극을 탐사할 창어 7호 탐사선에 실어 보내기로 중국과 합의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미국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을 위반한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기술보호 조항을 담은 ITAR은 가장 일반적인 미국산 부품조차 중국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것을 금지하는데 라시드2에 사용되는 미국산 부품이 문제가 된다는 설명이다.
조지워싱턴대 존 롱슨 명예 교수는 SCMP에 ITAR은 주로 미국 국무부의 허가 없이는 수출될 수 없는 군사·국방 관련 기술 목록으로 구성됐으며, 미국의 가까운 동맹들에 일부 예외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는 UAE와 중국의 협업이 이뤄지려면 라시드2에 사용되는, ITAR의 적용 대상인 어떠한 미국 기술의 제조업체도 UAE 수출을 위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허가는 해당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을 기술 통제 방식을 설명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UAE가 해당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허용하는 허가를 획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버드대 천문학자 조너선 맥도웰은 미국에서 제조되거나 유럽에서 미국산을 활용해 제조된 많은 부품이 ITAR의 적용 대상이며 이는 부분적으로 첨단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말할 수 있는 우려는, 라시드2가 중국 로켓에 실려 발사되기 위해 시창(쓰촨성 시창 위성발사센터)에 도착하면 중국 엔지니어들이 밤 중에 몰래 이를 분해하고 모든 설계를 연구하고는 아침이 되기 전에 도로 조합해 놓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방식은 우주 경쟁 초창기에 바로 미국이 하던 수법이라고 말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멕시코에 전시돼 있던 구소련 루나3 달 탐사선을 잠시 훔쳐 와서는 부분적으로 뜯어 내부를 사진 찍은 후 제자리로 가져다 놓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1976년에 만들어진 ITAR이 낡은 제도이자 미국 우주 산업에 피해를 안긴다며 점검을 요구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일부 유럽 기업들이 ITAR을 피하고자 미국산 부품을 사용하지 않는 특별 생산 라인을 구축했고, 같은 이유로 중국도 독자 기술을 개발했다고 맥도웰은 지적했다.
그는 "이제 중국은 주요 우주 강국"이라며 "미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ITAR의 적용을 받지 않는 더 많은 제품이 유럽이나 UAE 같은 곳에서 만들어질 것이고 궁극적으로 세계 다른 곳들은 미국 우주 제품 구매에 덜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주 탐사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UAE는 10㎏짜리 첫 번째 라시드를 지난해 12월 일본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가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을 이용해 발사한 '하쿠토-R' 미션 1 착륙선에 실어 보냈다.
하쿠도-R이 내달 달에 착륙하면 라시드는 달 표면을 밟게 된다.
창어 7호는 최소 8년간 활동할 10여개의 장비를 싣고 발사될 예정이며 2030년대 중국 주도로 건설될 국제 달 연구 기지의 정지 작업을 하게 된다. 라시드2가 창어 7호 임무에서 빠지면서 창어 7호에 10㎏ 상당의 장비를 실을 공간을 잡을 기회가 글로벌 연구 커뮤니티에 다시 열리게 됐다고 SCM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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