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 명절 유월절과 겹쳐 예루살렘 성지 충돌 격화 우려
경제난 레바논·이집트, 지진 피해 튀르키예·시리아도 시름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우파 연정의 강경 기조 속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23일(현지시간)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이 시작됐다.
이슬람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이 있는 예루살렘을 비롯해 중동 이슬람권의 주요 도시는 화려한 조명과 장식으로 천사 가브리엘이 예언자 무함마드에게 코란을 가르쳤다는 신성한 달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이슬람교도들은 라마단에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하고 기도하며 수양과 반성의 시간을 보내고 해가 지면 가족, 이웃과 음식을 나누며 성스러운 달을 기념한다.
하지만 이슬람교와 유대교, 기독교의 공통 성지인 예루살렘의 라마단은 올해도 긴장 속에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의 초강경 우파 정부가 출범한 이후 몇 달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긴장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의 예루살렘 성지 도발, 극우 세력이 주도한 유대인 정착촌 확장 움직임 등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반이스라엘 정서를 한층 고조시켰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무력 충돌을 동반한 이스라엘군의 요르단강 서안 수색 작전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유혈 보복극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올해에만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 주민 88명이 숨졌고, 이스라엘에서도 16명이 희생됐다.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으로 꼽히는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부 장관은 라마단을 앞두고 "팔레스타인 민족 같은 건 없다"는 망언으로 팔레스타인 주민을 자극했다.
특히 올해 라마단은 출애굽을 기념하는 유대 명절 유월절(4월 5∼22일)과도 맞물리면서 매년 라마단 기간 반복되어온 예루살렘 성지에서의 충돌이 한층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요르단, 미국, 이집트의 중재로 지난 2월 요르단 아카바에 이어 지난 20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만나 라마단 기간 성지에서의 갈등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지만, 이 합의가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일부 아랍권 국가들은 극심한 경제 위기 속에 라마단을 맞았다.
1년 넘게 지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이집트는 가파르게 오른 물가와 외환 위기를 겪고 있고, 4년째 최악의 경제난을 겪는 레바논에서는 라마단을 앞두고 시위대가 정부 청사 난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또 지난달 초 강진으로 수만 명이 희생된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주민들은 여전한 지진의 여파 속에 한숨과 시름으로 라마단을 맞고 있다.
라마단을 맞은 중동에서 들려온 반가운 소식은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조만간 외무장관 회담을 열고 대사관 개설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사우디 국영 SPA 통신과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양국 외무장관은 라마단을 맞아 전화 통화하면서 가능한 한 빨리 회담을 열고 대사관 재개설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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