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 경제활동·정보유입·저항 등으로 사회변화 이끌어"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북한에서 여성들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들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 북한 인권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살몬 특별보고관은 22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탈북 여성들이 단순히 인권침해 피해자가 아니라 북한 여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행위자들이라는 점을 나는 유엔 회원국들에 강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전날에는 주 제네바 한국 대표부가 개최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립 10주년 행사에 참석하고 마이클 커비 전 COI 위원장, 제라드 퀸 유엔 장애인 인권 특별보고관 등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다음은 살몬 특별보고관과 일문일답.
-- 유엔이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안보 문제와 함께 인권을 주요 현안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 엿보이는데.
▲ 2020년 1월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지 3년이 넘었다. 이런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가중됐고, 식량과 의약품, 보건 서비스 접근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졌다. 북한 당국은 주민 통제를 강화하고 무기 개발을 우선시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의 군사 도발은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북한을 비핵화하기 위한 조치들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막지 못했다. 따라서 지금 북한 문제에 접근할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을 나는 환영한다.
난 북한 인권 문제를 놓고 책임과 참여라는 두 갈래 접근 방식을 취해왔고, 유엔 회원국들에도 그런 방식의 접근을 권유했다.
-- 얼마 전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 회원국의 거부 가능성을 고려하면 현실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현실성 부족을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나.
▲ 우리는 국제법을 따라야 한다. 국제법에 따라 반인도 범죄가 발생했으면 책임이 있는 자를 기소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지난 금요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아리아 포뮬러(비공식 회의)에서 나는 북한 인권침해 사건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을 포함한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침해 가해자를 기소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를 고려할 것을 요청한다. 인권탄압 피해자와 법정 대리인이 주도하는 민사소송, 진실 규명 활동 등 비(非)사법적 활동을 통해 북한에 책임을 묻는 운동 또한 주목받고 있으며 이것 역시 유엔 안보리의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다.
-- 최근 발간한 북한인권 보고서에서 여성·아동 문제를 중심에 뒀다. 그 이유를 묻고 싶다.
▲ 보고서의 목표는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도움이 될 만한 맞춤형 권고 사항을 마련하고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한 상세하고 다층적인 분석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북한 인권과 관련해 여성과 아동의 상황이 긴급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내 작업의 최우선 순위로 정했다. 그들은 우리의 연대가 필요하다.
-- 북한의 폐쇄성은 인권 문제 해결에 필요한 사실관계 규명에도 어려움을 준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나.
▲ 북한은 국경봉쇄 후 스스로 고립됐다. 그로 인해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무기 개발을 우선시할 수 있었다. 유엔 각 기구를 대표해 북한에 나가 있는 사람이 이제는 없다. 그들이 다시 들어가서 활동을 재개해야 한다는 게 내가 생각하는 최우선 순위의 과제다.
국제사회도 북한에 대한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발전과 인도적 지원, 그리고 인권 문제까지 포괄하는 포괄적인 대북 협상 전략을 마련·추진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인권 분야에서 북한에 대해 요구할 수 있는 기본 사항으로는 유엔 특별 임무자가 매년 일정한 횟수로 북한을 방문하도록 하는 것, 매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정해진 횟수로 여는 것, 유엔의 인권 관련 권고를 이행하는지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 포함될 수 있다.
-- 북한은 자신에 대한 인권 문제 제기가 주권 침해라는 주장을 한다.
▲ 완전히 동의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북한은 국제인권조약에 자발적으로 서명·비준했고, 유엔에 인권 관련 정기보고서를 제출한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에도 적극 참여했다. 글로벌 인권 플랫폼에 북한이 개방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최대한 활용해 북한과 소통해야 한다.
나는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등 또 다른 인권 메커니즘을 통해서도 동료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인권 개선을 위해 북한과 관계를 맺으려는 그들의 노력을 강력하게 지원할 것이다.
-- 올해 활동 계획을 알고 싶다.
▲ 나는 탈북 여성들이 단지 인권탄압의 피해자가 아니라 북한 여성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적극적인 행위자라고 생각한다. 유엔 회원국들도 그렇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나는 권유하려고 한다.
북한 여성들은 장마당에서 경제 활동을 하고 외부와 정보를 나누며 착취에 맞서는 등 사회를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계속해서 여성의 역할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아동에 대한 관심도 지속할 것이다. 북한 구금 시설에 있는 여성들에 대한 처우 등 인권 책임 분야의 의제도 집중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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