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입막음 의혹' 기소 앞두고 정치수사 주장에 공화당 호응
특검 수사 등도 진행…사법리스크, 본선 경쟁력에는 타격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2024년 대선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른바 '성관계 입막음' 의혹으로 다음주께 기소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에 따른 정치적인 득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기소된다면 미국의 전직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이다. 이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대선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에 큰 타격이 될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당장은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23일(현지시간) 나오고 있다.
기소돼도 대선 출마에는 문제가 없는 데다 기소가 오히려 공화당 내 대선 경선에서 지지층을 결집하고 당내 경쟁자들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 이유다.
당장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8일 선제적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21일 체포설'을 제기한 것도 이런 고려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인도 '통보받은 바 없다'고 말했고 실제 21일에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으나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중심으로 결집했다.
친(親)트럼프 인사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뿐만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결별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정치적 기소"라면서 검찰 때리기에 가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세를 몰아 지난 19일에는 연방 정부와 무관한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이 "(워싱턴)DC에서 직접 명령을 받는다"라고 주장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또 당내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이번 사태와 거리두기를 하며 차별화를 시도하자 전날에는 "우리 모두를 파멸시키려고 하는 급진 좌파 미치광이, 불공정 검사와 내가 싸우는 동안 잡담하면서 선거운동을 한다"며 직격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전략이 먹히는 것은 이번 수사를 바라보는 시각과도 관련돼 있다.
로이터통신의 지난 20~21일 조사에서 전체의 70%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를 사실로 보면서도 전체 응답자의 54%는 뉴욕 검찰의 수사를 정치적으로 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 수사'라는 주장에 응답자 절반 이상이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정부의 정치 수사 피해자'라는 프레임으로 단기적인 정치적 이득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연방수사국(FBI)의 자택 압수수색 후에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한때 오르면서 지지층이 공고해지는 모습이 관측됐다.
호건 기들리 전 트럼프 백악관 부대변인은 타임지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 가능성과 관련, "정부나 다른 기관이 이런 식으로 공격하는 것은 사람들을 화나게 할 것이고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증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는 본선 경쟁력 문제 차원에서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대선은 중도층 싸움이라는 점에서다.
갤럽의 지난달 조사에서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44%)가 자신을 무당층으로 규정했다. 민주당은 28%, 공화당은 27%였다.
여기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밀문서 유출 혐의와 1·6 의회 폭동 사태 선동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도 받고 있다. 2020년 조지아주 대선 개표 결과 변경 압력 의혹 등에 대한 수사 등도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
공화당 전략가인 리암 도노번은 뉴욕타임스(NYT)에 "공화당 경선에서 친(親)트럼프냐 반(反)트럼프냐는 정서와 관련될 수 있는 어떤 사건도 오직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만 단단하게 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법적 논란이 커지는 것은 지지 기반을 확대해야 하는 본선에서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본선 경쟁력 문제가 공화당 당내 경선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본선 필패 후보'라는 이미지가 강해질 경우 공화당 내에서 전략적으로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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