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고속증식로 협약 체결…미 의회 "위험한 관계"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중국과 러시아가 핵심 원자력 기술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미국은 글로벌 핵무기 균형추가 깨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소위 고속중성자(고속증식로)로 개발을 계속한다는 내용의 장기 협약을 체결했다.
고속증식로는 고속중성자를 이용해 핵분열반응을 일으켜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자로다. 이 과정에서 핵무기에 사용될 수 있는 상당량의 플루토늄이 나온다.
이 같은 발표는 지난 21일 사흘간에 걸친 시 주석의 모스크바 방문으로 나온 무더기 합의사항 가운데 하나다. 합의사항은 에너지에서 뉴스 방송까지 여러 주제를 다루고 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은 중국의 첫 고속증식로인 CFR-600에 고농축 우라늄 25t을 운반하는 작업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CFR-600에서 매년 핵탄두 50개 정도의 연료를 생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 의회는 로사톰과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 간 협력이 '위험하다'면서 백악관에 단속을 촉구해왔다.
미 의회 군사·외교·정보위원회 의장들은 지난주 공동명의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보낸 서한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핵 협력은 민수용 프로젝트보다 더 멀리 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앞서 존 플럼 미 국방부 우주담당 차관은 지난 8일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러시아와 중국 간 고속증식로 협력에 큰 우려를 표하면서 "고속증식로는 곧 플루토늄이고 플루토늄은 (핵)무기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비켜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재에도 러시아의 핵 관련 수출은 지난 한 해 급증했다. 이에 다라 크렘린궁의 수입이 증가했고 새로운 글로벌 구매자 세대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도 강화됐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러시아는 원자로와 핵연료의 세계 최대 공급국이다.
러시아 기술에 기반한 중국 고속증식로는 냉각재로 물 대신 액체금속을 사용한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지난 2021년 의회제출 보고서 이후 중국의 핵무기 야심에 대해 계속 경고해왔다. 군사 기획가들은 CFR-600이 중국의 핵탄두를 현재 400기(추산)에서 2035년 1천500기까지 늘릴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은 CFR-600이 핵무기 비축과 증강에 쓰일 것이라는 미국의 우려를 거듭해서 일축했다.
CFR-600은 중국 전력망에 연결돼 있다. 중국은 4천400억달러(약 567조원) 규모의 야심 찬 프로그램을 통해 2030년대 중반까지 미국을 따라잡아 세계 최대 핵에너지 발전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실제로 매년 7∼8개의 새로운 원자로를 건설하는 중국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라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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