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 따른 불안감에도 국내 증시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26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24일 2,414.96으로 마쳐 17일(2,395.69)보다 0.80% 올랐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17일 797.39에서 824.11로 일주일간 3.35% 올랐다.
미국 통화당국이 시장에서 기대한 대로 베이비 스텝(한 번에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자 금리 인상 기조가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번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21일∼22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75∼5.00%로 종전보다 0.25%포인트 올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참석자들이 올해 중 금리 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밝히면서도 "은행 시스템의 안전과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쓸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금융 위험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SVB가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위기설이 제기돼 주가가 급락했다.
연준은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0.4%로 직전보다 0.1%포인트 낮췄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SVB 파산으로 촉발한 금융 불안의 여진을 감안해 성장률 전망치를 내렸다"며 "당장 미국 중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대출 조건이 강화되면 내수 경기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이번 FOMC 회의에서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었기 때문에 시장의 경계심은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시장에서 금융 안정을 위한 연준의 기조 변화 기대감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불안과 기대감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이달 마지막 주인 이번 주(27∼31일)에는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대형 이벤트는 없다.
증시 참여자들은 미국에서 시작된 은행권 사태 흐름과 미국 금리 정책 방향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 금리 인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만큼 시장의 관심은 주요국의 통화정책에서 미국과 유럽 은행의 유동성 문제와 경기 흐름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시장에선 은행 유동성 불안이 전반적인 금융시스템 위기로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맞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유동성 부족과 고금리에 비용 부담이 커진 은행과 기업을 중심으로 부실 우려가 제기될 것"이라며 "저금리로 쉽게 자금을 조달하고 운용해온 산업이나 기업, 가계 중심으로 조정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기업 실적 전망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상장사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증가세로 돌아서려면 반도체 기업 실적 추정치가 개선돼야 한다"며 "반도체 기업 실적이 적자로 드러나면 이는 실적 저점 전망으로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기업이 과거 역대급 적자를 발표한 시기를 보면, 주가는 실적발표 이전 1개월간 오르고 이후 1∼2개월간 지지부진했다"며 "반도체 기업 주가는 올해 하반기∼내년 초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NH투자증권은 코스피 주간 변동 폭으로 2,300∼2,450을 제시했다.
이번 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이벤트 일정(한국시간)은 아래와 같다.
▲ 28일(화) = 미국 1월 S&P·CS 주택가격지수.
▲ 30일(목) = 미국 4분기 국내총생산(GDP)(확정치)
▲ 31일(금) = 한국 2월 산업활동동향, 중국 3월 국가통계국 구매관리자지수(PMI), 미국 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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