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부패 비판에 검소한 행사 지시…무슬림단체 "반이슬람 정책" 반발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인도네시아에서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사건들이 드러나면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나서서 공무원들에게 라마단 기간에 만찬 행사를 열거나 참석하지 말라고 지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조코위 대통령은 라마단 금식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21일 공무원들에게 올해 이프타르 행사를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무슬림들은 라마단 기간에는 해가 떠 있을 땐 음식은 물론 물도 마시지 않으며 금식을 지킨다. 하지만 해가 지면 가족이나 친구, 이웃 등을 초청해 성대한 만찬을 즐기는데 이를 이프타르라고 한다. 라마단 기간에 불우한 이웃을 돌보라는 의미다.
하지만 고위층을 중심으로 이 기간에 호텔을 빌리거나 별장, 관저 등에서 호화로운 이프타르 연회를 즐기는 경우가 종종 있어 사회적 비난을 받기도 한다.
조코위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이프타르 금지령을 내린 것도 공무원들이 이프타르를 통해 부를 과시하다 대중의 분노를 사는 것을 미리 막기 위해서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는 중간 간부급 세무 공무원의 아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호화 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과시하다 여론의 분노를 사는 등 일부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의심되는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이 때문에 SNS상에서는 납세 거부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슬람 단체들은 대통령이 라마단 의식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슬람 정당인 월성당(PBB)의 유스릴 이자 마헨드라 의장은 조코위 대통령의 정책이 독실한 무슬림들 사이에서 분노를 일으킬 수 있다며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프라모노 아눙 내각사무처 장관은 이번 이프타르 금지령이 일반 시민이 아닌 공무원, 특히 정부 기관장 등 고위 공무원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라며 "겸손하고 검소한 방식으로 라마단 금식을 보내라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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