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회의 폐막…공동성명도 "은행 부문 자본 탄탄하고 유동성 충분" 강조
2일차 회의 기자회견 돌연 취소…EU 내부 곳곳서 '불협화음' 여파?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정상들이 24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은행(SVB)·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여파로 불안감이 고조된 유럽 금융권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유로존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정상회의 일환으로 열린 '유로 정상회의'에서 "높은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예상한 것보다 더 건강한 기반으로 2023년에 진입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정상들은 또 "금융연합(Banking Union)이 EU 은행권의 회복탄력성을 크게 강화했다"며 "우리 은행 부문은 탄탄한 자본과 유동성과 함께 탄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연합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EU 역내 부실화 및 부실전이 방지와 유로존의 금융규제 통합 등을 목표로 수년째 추진되고 있는 프로젝트다.
금융연합 관련 세부 이행 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유로존 정상들이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이를 언급하며 은행 부문 안정성을 강조한 건 최근 SVB, CS 사태 등을 의식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이날 회의에 특별 참석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유로존 정상들에게 역내 은행 부문은 회복탄력성이 있으며 탄탄한 자본과 유동성 덕분에 굳건하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아울러 만약의 상황 발생 시 "필요한 경우 유로존 금융시스템에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한 ECB의 정책 수단은 완벽히 갖춰져 있다"고 강조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회의 전후로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각국 정상들 역시 유럽 은행 부문의 '안정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그러나 유럽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당장 유로존 정상회의가 열린 이날 독일 최대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 주가가 전날 대비 10%가량 폭락하며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됐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그러나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도이체방크 비즈니스모델이 근본적으로 현대화됐고 개편됐으며 수익성이 매우 높은 은행"이라며 "우려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유로존 정상회의를 끝으로 1박 2일간 일정을 마친 이번 EU 정상회의는 SVB·CS 사태 속 경제 의제에 방점이 찍혀 있었지만, 별다른 진전 없이 용두사미로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유로존 정상회의 결과가 공식적으로 공개된 것도 A4 용지 한 장 분량도 안 되는 공동성명이 전부였다.
더욱이 이날 예고됐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의 기자회견이 구체적 설명없이 돌연 취소된 것을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EU가 통상 이틀간 정상회의가 진행되면 1, 2일 차 모두 기자회견을 통해 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전례에 비춰 보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현장 기자들 사이에서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정상회의 전부터 곳곳에서 감지된 일부 회원국과 EU 지도부 간 '이상 기류'로 회의 진행 자체에 차질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단적인 사례가 독일로, 독일 정부는 2035년 이후 신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기로 합의한 EU 새 규정에 최근 뒤늦게 제동을 걸면서 EU 지도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독일이 그린 수소와 CO₂를 합성해 제조한 연료인 합성연료(E-Fuel)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예외 적용을 요구하면서 집행위는 절충점을 찾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관련 법안이 기후대응을 위한 핵심 축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시간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경우 EU 집행위가 제안한 탄소중립산업법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는 에너지 종류에 원자력을 포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독일,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등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크고 작은 불협화음이 지속되고 있다고 외신은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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