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포럼 3년만에 오프라인 개막…이재용·팀 쿡 등 글로벌 CEO 참석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이후 주최한 첫 대규모 오프라인 국제회의인 중국발전고위급포럼(이하 발전포럼)이 25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台) 국빈관에서 개막했다.
'경제 회복: 기회와 협력'을 주제로 27일까지 열리는 포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메르세데스 벤츠, 지멘스, 아람코 등 세계적 기업 고위 인사 약 100명이 참석한다. 여기에 주최 측인 중국 중앙부처 지도급 인사, 중국 국유 기업 및 금융기관 책임자, 국내외 저명 학자 등도 참석했다.
첫날 열린 '경제 정상회의'에서 연설자로 나선 한원슈 중국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은 "중국에는 지금 명확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나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압력이 없다"며 "통화정책을 펼 비교적 넓은 공간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부주임은 "중국은 올해 '5% 안팎 성장' 목표 달성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 경제의 중장기적 발전에 영향을 주는 두 가지 요소로 '외부의 억제·탄압'과 '인구 감소 및 고령화'를 들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과 제재 등을 의미하는 '외부의 억제·탄압'에 대해 그는 "중국은 외부 압박을 내생 동력으로 바꾸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나쁜 일을 좋은 일로 바꾸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의 믿을 만한 제공자"라며 "우리는 비교 우위에 따라 객관적으로 형성된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은 글로벌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은 "모두가 공동으로 수호해야 한다"며 "경제 규율을 고려하지 않은 채 디커플링과 망 단절을 강행하면 이는 필연적으로 전 세계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해칠 것이며, 이는 전 세계를 적대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오랜만에 개최한 대규모 오프라인 국제회의에서 반도체 등 핵심 산업 영역에서 대(對)중국 디커플링에 박차를 가하는 미국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그는 "각국 기업들의 중국 투자를 환영하며, 외국 기업들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중국 시장을 깊이 경작하길 기대한다"며 중국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대어'를 낚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별도 세션에 참석한 팀 쿡 애플 CEO는 중국의 농촌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지출을 1억 위안(약 189억 원)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컴퓨터 코딩 능력과 비판적 사고 능력을 함께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미·중 전략경쟁과 연결된 글로벌 산업망·공급망 재건을 강조하고,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에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주력하려는 태세다.
또 올해 '5% 성장' 목표 달성을 위해 진력하고 있는 내수 확대 등에 대한 자국 입장과 구상을 설명하고, 외자 유치 확대를 위한 대외 개방 의지를 피력한다.
포럼 참석을 위해 지난 23일 베이징을 찾은 이재용 회장은 사흘간의 회의 중 일부 세션에 참석하고, 글로벌 기업 CEO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이 포럼의 전례에 비춰, 이 회장은 회의 마지막 날 다른 글로벌 기업 CEO들과 함께, 리창 총리 또는 허리펑 부총리(경제 담당) 등 시진핑 집권 3기 중국 고위 인사들과 교류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창설 이래 중국의 주요 대외 경제 교류 플랫폼으로 자리해온 발전포럼은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 발전연구센터가 주최하고 중국발전연구기금이 주관한다. 이 포럼이 오프라인으로 개최되기는 3년 만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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