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400억달러 손해끼친 혐의 각국 추적"…'한국판 테라노스 홈스' 언급도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한 때 암호화폐 천재로 칭송받던 권도형(32)은 이제 암호화폐 '테라'의 붕괴로 투자자들에게 400억 달러(약 52조원)의 손해를 끼친 범죄자라는 오명 속에 '한국판 사기꾼 홈스'라고 비난받고 있다."
26일 AFP 통신은 도피 6개월여만에 유럽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세계적 명성이 악명으로 바뀐 자신만만했던 기업가라며 그의 행적을 조명했다.
몬테네그로 경찰은 그를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구금했고, 미국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증권 사기' 혐의로 그를 기소했으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그를 추적해온 한국 검찰은 그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AFP는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개인투자자 수천 명이 권 대표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 줄을 서고 그는 한국에서 '천재'로 묘사됐지만 전문가들은 그의 암호화폐 '테라'에 대해 일찌감치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라고 지적해왔다고 전했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권도형은 단번에 큰돈을 벌길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과 그들의 불안을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얻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며 "그는 우리 시대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1991년생인 권 대표는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후 귀국해 2018년 재계에 다양한 인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니얼 신과 함께 테라폼랩스를 공동 창업하고 암호화폐 '테라USD)와 '루나'를 개발했다고 AFP는 전했다.
그는 대니얼 신의 인맥 등으로 젊은 산업계 명망가로 빠르게 부상했고 2019년에는 포브스의 30세 이하 아시아 30인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만든 테라USD는 급격한 가격 변동을 막기 위해 미국 달러 같은 안전 자산에 연동시킨 암호화폐인 '스테이블코인'으로 판매돼 자매 코인 루나와 함께 한때 시가총액 상위권 암호화폐로 부상하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권 대표의 모델에는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고 오래전부터 경고했고 일부는 폰지 사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금이나 금 같은 실물 자산과 연동된 다른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테라USD는 자매 통화인 루나에만 수학과 인센티브 메커니즘을 사용한 알고리즘으로 연결돼 있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암호화폐경제연구소 설립자 크리스천 카탈리니 교수는 "테라·루나 같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생태계가 성장하는 동안은 작동할 수 있지만 언젠가는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쁜 사람들이 암호화폐 기술을 이용해 신용사기를 설계하고 사기와 금융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권 대표에 대한 전면 조사를 통해 테라·루나 붕괴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AFP는 권 대표의 인상적인 상승과 급격한 추락은 바이오벤처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와 비교되고 있다며 '권 대표는 또 다른 스탠퍼드 출신인 홈스와 닮았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를 전했다.
조 명예교수는 "책임감 있는 어른이자 기업가라면 (도주하지 말고) 남아서 해명했어야 한다"며 "위조 여권까지 사용해 당국으로부터 도주한 것은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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