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새 대표 선임절차만 네번째…노조는 이사진 총사퇴 요구
'이사회 책임론' 부각에 사외이사 3인 재선임도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오규진 기자 = 윤경림 KT[030200] 대표이사 후보가 전격 사퇴하면서 정기 주주총회를 불과 나흘 앞둔 시점에서 KT 차기 경영진 구성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KT는 27일 윤 대표 후보 사퇴 발효 직후 "조기 경영 안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장 자리가 언제 채워질지 가늠할 수 없는 등 불확실성이 더 커진 채 경영 공백 장기화를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KT 양대 노조 등 회사 안팎에서는 이사회에 대해 불과 넉 달 사이에 대표 선임 절차만 네 번째 하게 된 상황을 초래한 책임을 묻고 있어 현 이사진의 존립 여부마저 불투명하다.
절대다수 노조인 KT노동조합은 이미 이사진 총사퇴와 비상대책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윤 후보의 사퇴로 오는 31일 열리는 주총에서 대표이사 선임 안건은 물론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경영안정화TF장의 사내이사 후보 자격도 백지화됐다.
주총 이후 공석인 대표이사직은 상법상 구현모 현 대표가 대신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구 대표와 윤 후보를 비롯한 현재 사내외 이사들을 여권이 '이권 카르텔'로 비판하는 등 이번 사태가 현 이사진에서 시작됐다는 시선을 고려할 때 구 대표가 대행직을 고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여서다.
이에 따라 구 대표 임기 만료 뒤 직무 대리는 직제상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주총에서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도 있다.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 기관인 ISS는 윤경림 후보 선임에는 찬성했지만, 이들 사외이사 3인의 연임에는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또 거듭되는 대표 선출 과정의 내홍에 이사진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연임 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들의 연임이 무산되면 이미 사퇴한 이강철, 벤자민 홍 전 사외이사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대유 사외이사,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 유희열 사외이사, 그리고 김용헌 사외이사만 이사진에 남게 된다.
상법상 이사 3인으로도 이사회 정족수를 채울 수 있고,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 등도 꾸릴 수 있지만 정당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일 정기 주총에서 사외이사 3인의 연임이 무산되면 KT가 임시주총을 열어 이사진을 충원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고 전했다.
새 사외이사 후보는 기존 이사진 또는 외부 자문기관 추천으로 정해질 전망이다.
윤경림 후보 사퇴로 공석이 된 KT 수장 후보 자리에는 김기열 전 KTF 부사장,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을 지낸 김성태 전 의원, KT 여성 임원 출신인 권은희 전 의원,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홍원표 전 삼성SDS 대표, 남규택 전 KT 마케팅부문장, 최두환 전 포스코ICT(현 포스코DX) 사장, 김철수 KT 스카이라이프 사장 등이 거론된다.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장 등 차기 대표이사 후보 4인 최종 명단에 올랐던 이들의 재도전 가능성도 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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