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회복에도 복귀 미미…"이데올로기가 경제 압도 상징"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의 가장 국제적인 도시로 '경제수도'로 통하는 상하이가 지난해 65일간의 도시 봉쇄 이후 외국 인재로부터 '외면' 받는 도시가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상하이시는 작년 3월 28일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 차원에서 도시 전체를 봉쇄했다. 전염성 강한 오미크론이 창궐하면서 감염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취한 조치였다. 6월 1일이 돼서야 봉쇄는 풀렸다.
이 기간에 시민의 외출이 불허돼 사실상 감금 생활과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는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불가피했다. 식량과 식품조차 배급받아야 했는데, 이조차 여의치 못해 시민의 불만이 극도로 고조됐다. 상하이 거주 외국인에게 고통은 더 컸다.
인구 2천500만의 상하이는 중국 체류 외국인의 4분의 1이 거주하는 곳이다.
이런 탓에 상하이 봉쇄 이후 외국 인재들의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시장 경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으나 정치적으로 공산당 일당 체제인 중국에서 최고 수준의 자유를 누린다는 상하이에서 도시 봉쇄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데 따른 것이었다.
상하이에서 멕시코 레스토랑인 타코리셔스를 운영하는 로건 라파엘 브루즈는 "봉쇄 기간에 집에 먹을 것이 떨어지고 생수가 바닥난 상황에서 이를 구할 데도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패션 기업가인 크세니아 시도렌코는 상하이 봉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사업 근거지인 상하이를 떠나 뉴질랜드로 이주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상하이 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상하이 도시 봉쇄 이후 독일인의 25%, 프랑스와 이탈리아인의 20%가 상하이를 등지고 떠났다.
상하이시가 근무 증명서를 발급한 외국인은 2020년 8만명에서 2021년 7만명, 2022년에는 5만명으로 줄었다.
상하이시 통계국의 자료를 보면 국제선을 이용한 외국인 입국자 수가 2020년에 85.7%, 2021년에 19.7%, 2022년에 38.8%가 줄었다. 코로나19 감염이 본격화한 2020년에 큰 폭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2021년 하락 폭이 줄었다가 상하이 봉쇄 때인 2022년에 다시 대폭 하락한 점이 눈에 띈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는 코로나19 감염이 잦아들고 작년 말 '제로 코로나' 정책 철회로 중국 경제가 개선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상하이로 외국인의 복귀가 이뤄지지 않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에서 최고경영자를 채용하는 전문업체인 킬패트릭의 상하이 선임 컨설턴트인 징옌은 인공지능(AI)과 사이버 보안 등의 분야에서 외국 인력 수요가 크지만, 외국 인재의 상하이 복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상하이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프랭크 우는 외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아파트 단지의 경우 매물이 최대 15%까지 할인되는데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U 상공회의소의 상하이 지부장인 베티나 쇤베한진은 "상하이시 당국이 다시 경고도 없이 봉쇄 조치를 할 수 있다"며 외국 기업들은 이데올로기가 경제를 압도하는 상황을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주중 미 상공회의소의 조사를 보면 미국 대다수 기업의 상위 3대 투자 우선국에 중국이 빠졌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통신은 그러면서 시진핑 국가주석 주도로 단행됐던 상하이 봉쇄 조치는 '세계로부터 고립된 중국'의 상징이 됐다고 보도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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