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상담 개시 첫날 1천여명 방문…금리보단 한도 아쉽다는 목소리 커
수요 폭증에 금융당국은 재원 확충 검토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실업 중이라 생활비가 급하게 필요해서 왔는데 50만원밖에 못 빌렸어요. 100만원 한도인 줄 알았는데 병원비 등 증빙 서류가 필요하다는 데 그런 설명을 못 듣고 왔어요. 앞선 상담이 길어졌다고 해서 2시간 넘게 기다린 것도 답답했어요"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중앙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소액 생계비(긴급 생계비) 대출 출시 첫날인 이날 대출 상담 창구 5곳에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오고 갔다. 20대부터 60~70대 중장년층까지 세대도 다양했다.
이날 전국 46개 서민금융진흥원 센터에 사전 상담을 통해 대출 신청을 예약한 인원은 총 1천200명이다. 이 중 일부 센터를 직접 방문하지 않은 일부를 제외하고 1천여명에 대한 상담 및 대출 실행이 이뤄졌다.
30분 단위로 사전 예약을 한 덕분에 창구가 혼잡하지는 않았지만, 사전 예약제인지 모르고 현장을 방문해 허탕을 치고 돌아가는 경우나 예약된 시간보다 상담이 지연되는 경우는 종종 발견됐다.
최초 50만원을 빌려주고 이자를 6개월 이상 성실 상환하거나 의료비·주거비 등 증빙이 있을 경우 한도가 100만원으로 늘어나는 제도 특성을 알지 못했다가 당황하는 경우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출자는 "단순 병원비 영수증도 안 되고 향후 100만원가량의 병원비가 들 것이란 자료가 있어야 된다고 한다"며 "사전에 그러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해 50만원밖에 대출받지 못했다"며 답답해했다.
금리(연 15.9%)가 서민들을 위한 급전 용도로는 너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실제 창구에서 만난 이들은 금리 수준보다는 한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더 많이 했다.
경기도 하남에서부터 왔다는 이모(31)씨는 "일을 그만둔 상황이라 당장 나가야 할 돈을 막아야 해서 빌리러 왔다"며 "급한 불을 끌 수 있어 다행이긴 하지만 50만원 한도가 조금 부족하게 느껴지긴 한다"고 말했다.
실제 소액 생계비 사전 예약이 시작된 지난 22일 하루 만에 주간 상담 가능 인원인 6천200명에 대한 예약 접수가 마감된 바 있다
상담을 맡은 이혜림 서민금융진흥원 대리는 "직장인, 일용직, 프리랜서 등 많은 직군의 서민들이 방문해 주셨다"며 "이렇게까지 많은 수요자가 몰릴지 몰랐는데 소액생계비가 필요하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체감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백%의 불법사금융에 노출되기 쉬운 취약계층도 소액생계 대출 창구를 찾았다.
이 대리는 "이미 불법 대출 피해를 보신 분을 오늘 상담하기도 했다"며 "이런 정책 상품이 미리 있었다면 그런 상품을 이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워 하셨다"고 말했다.
최근 금리 인상 속 2금융권·대부업권의 대출 중단 흐름으로 취약차주들이 돈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 상태다.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의 신고 건수는 작년 8월까지 신고 건수는 6천785건에 달했다.
불법사금융으로 금감원이 수사를 의뢰한 건수도 작년 8월 기준으로는 314건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연내 1천억원으로 계획된 대출 재원을 늘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필요 시 추가 재원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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