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성 지원→취약층 맞춤 복지…100조 보조금 면밀 심사
약자복지·청년 일자리 및 국방·치안엔 예산 확대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차지연 김다혜 기자 = 정부가 내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지역사랑상품권 등 현금성 지원 사업과 불투명하게 관리되는 보조금을 집중적으로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가 제시해온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대신 약자 복지와 청년 일자리, 국방·치안 등 국가의 기본 기능은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28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 등을 담은 2024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확정했다.
예산안 편성지침은 내년 재정운용 기조와 투자 중점, 재정혁신 방향 등을 담은 원칙이다. 각 부처가 내년 예산안 편성 때 준수해야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므로 이 지침의 공개는 내년 예산 편성의 시작을 의미한다.
매년 예산 편성 지침 발표 시점이 3월 말이므로 이번이 윤석열 정부가 내놓는 첫 지침이다.
정부는 엄격한 재정총량 관리로 건전 재정 기조를 견지하겠다는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경제의 도약과 민생 안정을 위해 필요한 재정의 역할을 하겠다는 가치를 앞세운 문재인 정부 마지막 예산지침(2022년)과 철학 차이가 감지된다.
강조점이 재정의 역할에서 건전재정으로 이동한 것이다.
건전재정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지출을 철저히 감축하되 미래 투자와 체질 개선을 과감하게 추진해 성장 잠재력을 제고하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재정 철학을 의미한다.
정부는 무분별한 현금성 지원사업과 부당·불투명하게 지급된 보조금, 복지사업의 도덕적 해이 등 재정 누수 요인을 철저하게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역사랑상품권과 같은 현금성 지원을 과감하게 구조조정, 취약계층 대상의 맞춤형 복지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100조원을 넘는 보조금에 대한 관리 강도도 끌어올리기로 했다.
국가가 지급한 보조금이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면 내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페널티를 주거나 지원을 감축하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회계장부 공개를 거부한 노조를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사회보장급여를 과다·반복 수급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복지 전달체계를 고도화하는 목표도 제시했다.
재량지출은 10% 이상 감축한다. 집행이 부진하거나 관행적 보조·출연·출자금을 줄여 신규 사업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공공부문의 경직성 경비도 억제한다. 공공부문이 직접 사용하는 업무추진비, 여비, 일반 기관운영비 등에 대한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보급률이 주요국 수준에 이른 상·하수도는 집행 상황을 감안해 적정 수준으로 맞추기로 했다. 물 투자는 가뭄·수해 등 기후위기 대응에 중점을 둔다.
무공해차 보조금은 글로벌 동향, 내연차 대비 경쟁력 등을 고려하며 효율화할 예정이다.
다만 약자 복지와 청년 일자리, 국방·치안·사법·행정서비스 등 국가의 기본 기능에는 중점 투자하기로 했다.
미래세대를 위한 경제체질 개선, 사회구조 혁신에도 과감하게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성장잠재력을 제고하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기획재정부는 5월 말까지 각 부처로부터 받은 예산요구안을 토대로 6~8월 중 관계부처 및 지자체와 협의, 국민의 의견수렴 등을 거쳐 정부 예산안을 편성, 9월 1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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