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싱크탱크, 만포운하공장 재조명…김정일·김정은 수차례 시찰
"영변 플루토늄 재처리 물밑 지원…CVID 신고·폐기돼야"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그간 국제사회에 드러나지 않았던 중국 접경지대의 한 북한 화학공장이 플루토늄 재처리 등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은밀히 지원해왔다는 분석이 새롭게 나와 주목된다.
향후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추진 과정에서 북한의 여러 주요 핵시설과 함께 검증의 대상이 되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비욘드 패럴렐'은 27일(현지시간) '만포운하공장 : 북핵의 잃어버린 퍼즐조각' 제하 보고서에서 북한 자강도 압록강변에 위치한 화학물질 생산단지인 만포운하공장을 재조명했다.
보고서는 유럽우주국(ESA), 에어버스DS, 맥사 등이 촬영한 위성사진을 토대로 "이 공장은 영변 원자력연구소에 각종 화학물질을 제공하는 주요 공급처로서, 북한 핵 인프라의 중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구성요소"라고 밝혔다.
1975년부터 가동된 운하공장은 ▲ 액체로켓 추진체 생산 ▲ 화학약품·무기 연구·생산 ▲ 원자력 연구·개발·생산 ▲ 산업생산 등을 담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이곳에서 IRT-2000 연구용 원자로를 비롯한 영변 핵시설 등지의 핵 프로그램을 지원해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운하공장이 영변에 공급하는 주요 품목인 질산의 경우 핵연료봉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239와 6불화우라늄(UF6) 등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물질 추출에 쓰인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최근까지 이 공장에서 영변 핵시설로 이어지는 철도를 따라 특수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조차(槽車·탱크 형태의 화차)가 여러 차례 오간 것이 포착됐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영변 핵시설의 활동 증감에 따라 화학물질 수송량도 오르내리는 등 밀접한 연관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2010년 9월 북한 지도자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곳을 시찰한 점을 지적하며 "북한 지도부가 수차례 방문한 점 등에 비춰 북한 핵, 화학,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있어서 운하공장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그가 이 공장에서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생산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온 데 대해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2019년 6월 자강도 강계시·만포시의 공장들을 시찰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 일대는 한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포함된 포탄·탄두 공장도 위치하는 등 주요 군수물자 생산시설이 밀집한 곳이다.
보고서는 "만포운하공장은 영변 핵시설 화학물질 공급처로, 향후 북한과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가능한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신고와 검증, 폐기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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