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위반, 우리는 핵 원하지 않아…루카셴코, 푸틴 명령의 실행자"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해외에 망명 중인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가 자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키로 한 러시아의 결정을 맹폭하고 나섰다.
러시아가 국외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옛 소련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벨라루스·카자흐스탄 등의 핵무기를 러시아로 완전히 이전한 지난 1996년 이후 27년 만이다.
지난 2020년부터 리투아니아에 망명 중인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40)는 27일(현지시간)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려는 러시아의 결정은 벨라루스를 예속시키기 위한 것이며, 우리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벨라루스는 핵보유국이 아니며 우리는 핵무기 배치를 원치 않는다"면서 "이는 국제 안보를 침해하는 것이며 벨라루스 국민의 의지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합의를 통해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합의했지만 벨라루스 국민은 이를 원치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치하놉스카야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지난해 푸틴 대통령이 일으킨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의 '공범자'이며 '푸틴 명령의 실행자'라고 비난했다.
또 벨라루스군이 우크라이나에 파병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루카셴코 대통령이 공로를 인정받을 수는 없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이는 전쟁에 반대하는 벨라루스 국민과 반(反)우크라이나 정서를 갖고 있지 않은 우리 군인들의 요구"라면서 "그들은 이 두 지도자(푸틴과 루카셴코)의 야망을 위해 전장에서 사람을 죽이거나 죽임을 당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지난 25일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기로 양국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벨라루스 내 핵무기 저장시설을 오는 7월 1일까지 완공할 것이라는 계획도 공개했다.
러시아의 동맹인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6기 집권에 도전하는 루카셴코 대통령에 맞서 야권 후보로 출마했던 티하놉스카야는 선거 뒤 신변 안전 위협으로 이웃 리투아니아로 도피해 야권의 저항 운동을 이끌고 있다.
벨라루스 법원은 이달 초 궐석재판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이끈 티아놉스카야에게 권력찬탈 모의 등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15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부정 선거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 강경 진압 후 푸틴 대통령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6기 통치를 이어가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간접 지원하는 등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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