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기자협회 "사복경찰이 법조 기자들 미행" 의혹 제기

입력 2023-03-28 11:01  

홍콩기자협회 "사복경찰이 법조 기자들 미행" 의혹 제기
경찰 "근거 없는 억측…조사 진행"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기자협회(HKJA)가 사복 경찰로 의심되는 자들이 일부 법조 기자를 미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우려를 표했다.
홍콩기자협회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27일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21일 법원 기자실 밖에서 남성 2명이 어슬렁거렸으며 그중 한 명은 1시간 이상 머물다 기자들이 법원 밖으로 나가자 따라붙으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장의 기자들은 두 남성의 복장과 행동을 미뤄볼 때 이들이 사복 경찰로 의심된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당시 법원에서는 2021년 12월 당국의 압박 속 자진 폐간한 민주 진영 온라인 매체 입장신문 전 간부들에 관한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2014년 홍콩 우산혁명 이후 그해 12월에 창간한 입장신문은 특히 2019년 반정부 시위 당시 적극적인 온라인 생중계로 경찰의 시위대 탄압을 전달해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폐간 후 이 신문 간부들은 정부 증오를 선동했다는 죄목으로 기소됐다.
이에 앞서 지난 24일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자사 여성 기자가 22일 집에서 회사까지 오는 동안 이어폰을 착용한 두 명의 모르는 남성으로부터 미행당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경찰에 이들 남성을 아는지에 대해 문의했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홍콩기자협회는 여기에 더해 다른 매체 3곳에 소속된 기자 3명도 미행으로 의심되는 사건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보고한 기자들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최근 미행당한 이들이 모두 법조 기자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언론 종사자들을 위협하고 괴롭히려는 시도"라며 "홍콩에서 언론의 자유를 해치는 이러한 행위에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과 사법부에 기자들을 미행한 남성들이 경찰인지 질의했다며 만일 미행한 자들이 경찰관이 아니라면 기본법(홍콩 미니헌법)에 보장된 표현과 언론, 출판의 자유를 기자들이 누릴 수 있게 용의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게 하라고 요청했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전날 저녁 기자협회에 보낸 서한에서 이미 HKFP 기자가 신고한 미행 사건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기자협회가 근거 없는 억측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르면 경찰은 "기자협회가 미행한 자들이 법 집행관으로 의심된다는 기자들의 근거 없는 억측을 인용해 소셜미디어에 성명을 올린 것은 매우 유감이며 강한 불만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2019년 반정부 시위 당시 경찰이 현장 취재 기자들에게 폭력 등 가혹 행위를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래 홍콩기자협회와 경찰의 관계는 악화했다. 경찰은 당시 '가짜 기자'들이 경찰의 공무를 방해했다고 비판했다.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홍콩 민주 진영 언론이 잇달아 폐간한 가운데 지난해 홍콩 당국은 기자협회에 회원명단과 자금 출처 공개 등을 압박했다.
지난해 9월 론슨 챈 홍콩기자협회장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기소됐으며 현재 보석 석방 상태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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