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北 핵탄두 실물공개 파장…과거 6차 핵실험 당시와 유사행보
軍도 '화산-31' 정밀 분석…소형화·경량화·실전배치 임박?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북한이 지난 28일 처음으로 전술핵탄두의 실물을 공개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핵무기 병기화 사업 지도를 했다며 이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외교가의 관심은 북한이 핵탄두 공개에 이어 7차 핵실험을 조만간 결행할 가능성과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 위협이 가시화됐다는데 집중된다.
먼저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언급되는 이유는 과거 북한이 보였던 행보에서 비롯된다. 북한은 과거 5, 6차 핵실험 당시 핵탄두 모형 공개에 이어 핵실험을 하는 순서를 거쳤다.
5차 핵실험의 경우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 연구소 시찰 소식을 전하는 북한 매체의 보도(2016년 3월 9일) 이후 6개월 후에 실시됐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지름 1m 정도의 원형 물체를 과학자들과 함께 살펴보는 사진이 있었다.
또 북한의 6차 핵실험은 2017년 9월 3일 오전 노동신문에 김정은 위원장의 동정이 보도된 뒤 바로 당일 실시됐다. 김 위원장은 당시 장구형 핵탄두를 살펴보는 모습이었고, 북한은 이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급 '화성-14형'에 탑재할 수소탄 개발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6차 핵실험은 그동안 이뤄진 핵실험 중에서도 규모(인공지진 규모 5.7) 면에서 최대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의 핵무기 병기화 사업 지도 관련한 노동신문 보도 내용은 북한이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을 단행하기 전 보도와 거의 유사하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의 7차 핵실험 시기를 정확히 예단할 수 없으나, 김정은의 이번 핵무기 병기화 사업 지도 공개가 핵실험 시기 임박을 시사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 실장의 시각이다.
북한의 7차(또는 더 많은 추가) 핵실험은 미국과 중국간 패권경쟁과 한반도 관련 정세의 흐름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다는 점에서 내달 한미정상회담 개최와 한미연합훈련 등 최근의 대형 외교변수를 주목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아울러 북한에게는 매우 중요한 '태양절(김일성 생일)'이 내달 15일로 다가왔고,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기념식도 예정돼있다.
외교가의 또 다른 관심은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전술핵탄두 '화산-31'에 쏠린다. 북한은 그동안 자신들이 증폭핵분열탄으로 주장하는 탄두와 수소탄 탄두를 공개한 적이 있지만 전술핵탄두 실물이나 모형, 사진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 속 벽면 패널에는 '화산-31'로 명명한 전술핵탄두의 투발수단(탑재무기) 8종이 제시됐다. 이날 공개된 전술핵탄두의 직경은 40~50cm로 추정되며 전체적으로 국방색에 앞부분만 붉게 도색한 형태다.
현재 군은 이번에 공개한 '화산-31' 사진이 모형이 아닌 실제 소형화·경량화한 전술핵탄두가 맞는지를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군은 북한 핵탄두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에 탑재할 만큼 소형화·경량화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북한이 공개한 전술핵탄두가 실제로 작동하는 수준이라면 고체연료 추진 SRBM을 포함해 한국을 겨냥한 다양한 무기체계에 핵탄두를 실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물론 600mm 초대형 방사포, 장거리 순항미사일, 핵어뢰 '해일' 등에 모두 장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정 실장은 "북한이 6차 핵실험 당시와 비슷한 경로를 선택한다면, 북한이 조만간 7차 핵실험을 단행한 뒤 이번에도 '핵무기연구소 성명'을 발표해 전술핵무기에 탑재할 소형화된 핵무기 실험에서 완전 성공했다고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추가로 핵실험을 하지 않고 바로 실전에 배치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중요한 점은 이제 남한을 겨냥한 북한의 전술핵 위협이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이번 보도내용의 무게감이 느껴진다는게 핵안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이와 관련,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8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북한의 핵무기 공개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달성할 외교적 방법을 찾기 위해 북한 정권과 조건 없는 대화를 하고자 하는 우리의 바람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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