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9천억원 규모 기자재 제작 시작…10년간 대규모 일감 공급
중소·중견기업에 2천억원 규모 저리 융자로 '보릿고개 극복'
(세종=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원전 산업이 지난해 생태계 복원 단계에서 올해 완전 정상화 단계로 돌입한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034020]는 이날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계약을 체결했다.
원전 주기기란 핵분열을 통해 열을 발생시키는 원자로, 발생한 열로 증기를 생산하는 증기발생기, 증기로 전력을 생산하는 터빈발전기 등을 뜻한다.
발전사인 한수원과 공급사인 두산에너빌리티 사이에 체결된 이날 계약으로 10년에 걸쳐 약 2조9천억원 규모의 기자재 제작이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으로 원전 산업계에 장기간 대규모 일감이 공급되며 원전 생태계가 활력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발전사인 한수원은 사업 초기 3년간 총계약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1조4천억원을 집행해 업계 활력 제고를 촉진한다.
또 공급사인 두산에너빌리티는 협력사 상생을 위해 이미 지난달까지 450억원 규모의 일감을 선발주한 데 이어, 이번 계약을 통해 올해 안에 약 2천100억원의 추가 일감을 속도감 있게 발주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과거에는 계약 최초 검토부터 최종 체결까지 30∼37개월이 소요됐지만, 이번에는 계약 검토 인력 대폭 확대와 계약 조건·가격 협상 병행 추진을 통해 총 8개월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며 "위축된 생태계에 조속히 일감을 공급한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올해 상반기 안에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하고, 이르면 7월에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과 후속 부지 정지 공사 착수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설계·제작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의 핵심 기기 제작에 착수함으로써 2032년(3호기)과 2033년(4호기) 완공을 목표로 하는 원전 건설 사업이 순항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이날 같은 장소에서 산업부는 산업은행, 한수원, 두산에너빌리티와 원전 중소·중견기업 특별금융지원 공동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지난 정부 탈원전 정책 여파와 고금리로 경영난을 겪는 원전 중소·중견기업에 총 2천억원 규모의 저금리 금융 프로그램을 지원함으로써 원전 생태계 완전 정상화를 위한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원전 기업들이 활력을 회복하고 있지만, 최근 고금리 지속으로 경영 애로가 커지는 상황에서 '보릿고개 극복'을 위한 금융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협약에 따라 오는 31일부터 1차분으로 500억원 규모의 자금 대출이 시작되고 오는 8월에는 2차분 1천500억원 규모의 대출이 추가로 시행될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산은의 금리 우대와 한수원·두산에너빌리티의 자금 예치를 통한 금리 인하로 연 3∼5%의 저금리 대출을 제공한다.
상품은 탈원전 기간 기업 유지를 위해 담보 한도를 소진한 기업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만약 대출 희망 기업에서 담보를 제공할 경우 추가 금리 인하도 가능하다.
또 산은은 매출 급감과 부채 급증이 불가피했던 그간의 상황을 참작해 대출 심사에서 향후 성장 가능성과 계약 수주 실적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함으로써 대출의 실행 가능성을 높여주고, 한도 또한 심사 기준액 대비 120%로 증액할 계획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번 시책으로 그간 어려움을 겪었던 원전 기업들이 다시 도약할 것"이라며 "정부는 연내 원전 생태계의 완전한 정상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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