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아무에게나 무차별 난사…경찰, 범행 동기 파악중
여성으로 태어난 '트랜스젠더'…정서장애 치료 전력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과 교직원 등 6명을 살해하고 경찰에 제압당한 총기난사범은 최근 수년간 총기를 7정 사 모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총기 가운데 3정이 범행에 사용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존 드레이크 내슈빌 경찰서장은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총격 용의자 오드리 헤일(28)이 2020∼2022년에 총기를 합법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헤일은 부모에게도 총기 구매 사실을 숨겼다고 경찰은 전했다. 부모는 헤일이 총기 1정을 구입한 적이 있지만 이를 처분해 더는 총기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헤일이 모종의 정서 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병명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자해 등 극단적 선택의 징후나 살인 범죄의 성향이 드러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드레이크 서장은 헤일과 관련한 의료기관의 통보가 없었다면서 "그런 통보가 있었다면 헤일의 무기를 압수하려 했겠지만, 알다시피 경찰은 이런 사람이 존재했는지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헤일은 보유 총기 가운데 AR-15 스타일의 반자동 소총 2정과 권총 등 3정으로 무장한 채 자신의 모교인 사립 기독 초등학교 '커버넌트스쿨'에 쳐들어가 9살짜리 초등학생 3명과 학교장, 임시교사 등 6명을 살해했다.
그는 범행에 앞서 미리 학교 건물을 분석하고 진입 지점을 물색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으나, 정작 건물 진입 후에는 아무에게나 총기를 무차별 난사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헤일이 "이 학교의 특정 건물을 분명히 표적으로 삼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헤일의 범행 동기를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미국 전역에서 관심을 받으면서 미국 법무부도 동기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드레이크 서장은 NBC방송 인터뷰에서 "헤일이 그 학교에 다녔다는 점에서 어떤 울분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헤일의 성별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헤일은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소셜미디어에서는 스스로를 남성으로 지칭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드레이크 서장은 헤일을 여성 대명사로 지칭했다.
경찰은 헤일의 범행 직전 동영상도 공개했다. 건물 폐쇄회로TV(CCTV)에서는 헤일이 총으로 창문을 깨고 건물에 진입하는 장면이 담겼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3명의 보디캠에는 총격전 끝에 헤일이 제압당하는 모습이 촬영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현장 출동 경찰관의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날 경찰은 최초 신고 접수 후 약 8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또한 현장 진입 2분 만에 용의자를 찾아내고, 약 2분간의 총격전 끝에 용의자를 제압했다.
이는 경찰관의 현장 진입에만 약 70분 이상 소요됐던 작년 텍사스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고 때와 대비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빌 리 테네시 주지사의 부인도 절친한 친구를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리 주지사는 피해자인 신시아 피크(61) 임시교사와 사고 당일 저녁 식사를 함께할 예정이었다면서 "(아내) 마리아가 아침에 일어나 보니 가장 친한 친구가 사라져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