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공급망 내 메탄올 사용 전면 금지해야"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오보람 기자 = 삼성전자[005930]의 베트남 법인 2차 협력업체에서 메탄올 중독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일종의 '사기 피해'로 인한 안타까운 사고라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등 16개 시민단체는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베트남 협력업체 노동자의 메탄올 중독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공급망 내 메탄올 사용을 전면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 2차 협력업체 'HS테크' 노동자 37명이 메탄올 중독 판정을 받았고 이 가운데 42세 여성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공정에서 세척·탈지·냉각 용도로 사용되는 메탄올은 장기간 노출되면 중추신경계와 시신경 손상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이다.
2016년 국내에서 삼성전자 등의 휴대전화 부품 협력업체 노동자 6명이 제조 공정에서 메탄올을 사용했다가 시력을 잃는 일이 발생하자 삼성 측은 2019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모든 사업장과 협력업체에서의 메탄올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반올림 등은 "협력사가 한국이 아니라 베트남에 있다는 점을 빼면 2016년 사고와 너무나 똑같다"며 "삼성의 공언이 얼마나 공허한지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삼성은 휴대전화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기면서 위험도 함께 옮겼다"며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이번 사고는 베트남 현지업체가 메탄올이 다량 함유된 가짜 에탄올을 협력업체에 '허위 납품'하는 바람에 발생했고 현지 공안 당국이 '가짜 에탄올' 제조·유통 경로를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고가 난 베트남 법인의 2차 협력사는 에탄올 제품을 발주했고, 현지 납품업체로부터 해당 물질이 에탄올이라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제공받았기 때문에 에탄올로 믿고 사용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어 "메탄올은 본사와 협력사에서 사용제한물질로 지정해 극히 일부인 무인 자동화 공정 등에만 사용하고 있다"며 "사고 발생 직후 에탄올 사용 협력회사에 입고 전 시료 분석을 통해 성분을 검증하는 절차를 추가로 도입하고 특별 현장 점검과 교육을 실시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고 피해자들에게 최대한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1차 협력회사와 긴밀하게 협력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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