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침] 국제(기후위기 손놓은 국가 법적책임 질까…국제사…)

입력 2023-03-30 18:06  

[고침] 국제(기후위기 손놓은 국가 법적책임 질까…국제사…)

기후위기 손놓은 국가 법적책임 질까…국제사법재판소가 답낸다
유엔 총회, ICJ에 '권고적 의견' 요청하는 결의안 채택
구속력 없지만 국제법상 의무 부여 가능…국제 기후협상·소송에 영향
물에 잠겨가는 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 주도…미국·중국은 후원 안 해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거나 인위적 탄소 배출로 기후변화를 유발한 국가에 국제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에 대해 유엔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답을 구하기로 했다.
유엔 총회는 29일(현지시간) 기후변화에 대한 각국의 의무에 대해 ICJ의 '권고적 의견'(advisory opinion)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합의)로 채택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컨센서스는 어느 나라도 표결 요청이 없을 때 적용되는 결의 방식으로, 표결에서 참여자 모두 찬성표를 던지는 만장일치와는 다른 개념이다.
유엔은 이번 결의를 통해 각국 정부가 기후위기에 따른 위험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할 국제법적 의무가 있는지, 또 그런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ICJ에 권고적 의견을 요청하기로 했다.
기후위기 문제가 국제 최고 재판소에서 다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미국 CNN방송은 전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J는 국가 간 분쟁을 국제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1945년 유엔이 창설한 사법기관이다.
ICJ의 권고적 의견은 판결과 달리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ICJ가 유엔 총회나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요청한 권고적 의견을 반드시 제공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ICJ가 제시하는 권고적 의견의 내용에 따라 각국의 기후위기 대응이 현재의 파리협약처럼 자발적 참여가 아니라 국제법상의 의무로 바뀔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CNN도 ICJ의 권고적 의견은 구속력은 없어도 상당한 중요성과 권위를 지니며 향후 기후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후 관련 국제협상에서 기후위기에 취약한 소국의 입지도 강화될 수 있다.
ICJ가 권고적 의견을 제출하기까지는 1년 6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결의안은 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가 주도했다. 인구 30만명의 소국인 바누아투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바누아투의 로스쿨 학생들이 기후위기 대응에 현재의 국제법이 적용될 수 있는지 ICJ에 권고적 의견을 요청하자는 제안을 냈고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여러 나라가 이에 동참했다.
바누아투를 비롯한 각국은 이번 결의안을 '역사적 승리'라고 표현하며 환영했다.

이스마엘 칼사카우 바누아투 총리는 "오늘의 역사적 결의안은 다자간 기후 협력에 있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며 "(결의안은) 국제법 규정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새 시대에는 인권과 세대 간 형평성을 기후 관련 정책 결정에 최우선 순위로 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ICJ의 권고적 의견은) 유엔과 회원국들이 절실히 필요한 더 대담하고 강력한 기후 관련 조치를 취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이 결의안에는 약 130개국이 공동 제안국(co-sponsor)으로 서명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나라인 미국과 중국은 이에 동참하지 않았다.
미국 대표는 총회에서 이 결의안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으며, 기후위기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사법절차보다 외교적 노력이 더 효과적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inishmor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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