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해주면 돈 쓴다는 건가" 피해자들 반발
정부 "신용불량 위기 피해자 많아 빠르게 발표한 것"
(세종=연합뉴스)박초롱 기자 = 정부가 29일 내놓은 '내수 활성화 대책'에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을 담았다가 피해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는 내수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소가 아니라 '사회적 재난'이란 것을 정부가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내수 활성화 대책의 '생계부담 경감' 부분에 포함시켰다.
명분은 '주거 부담 경감을 통한 내수 제약요인 완화'다.
농·축·수산물 할인, 통신 요금 부담 완화 방안 이후 전세사기 피해 지원책이 나온다.
이를 통해 경·공매 이후에도 전세보증금을 불완전하게 회수해 전세대출을 갚기 어려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연체정보 등록 유예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이 전세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전세대출 보증기관이 금융기관에 대출 채무를 먼저 갚아준 뒤, 피해자들이 분할 상환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대책도 담았다.
이는 피해자들이 원했던 내용이지만, 왜 '내수 활성화'와 묶이는지 뒷맛이 씁쓸하다는 말이 나온다.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장은 "정부가 피해자들을 지원해주면 돈을 쓴다고 생각한 것인지, 대책을 보고 당황스러웠다"며 "전세사기 피해를 가벼이 여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빌라왕' 사건 피해자 백모 씨는 "전세사기 피해자 한 명이 목숨을 끊었고, 수많은 다른 피해자가 내몰린 상황에서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어떻게 내수 활성화와 연결 짓느냐"며 "이것저것 다 끌어들인 보여주기식 발표 아니냐"고 반발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민달팽이유니온의 김솔아 위원장은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는 내수를 저해하는 요소가 아니라 사회적 재난"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 지원책을 최대한 빠르게 발표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경매가 끝난 이후 신용불량자로 떨어질 위기에 놓인 피해자들이 많아, 관계부처 협의를 마치는 대로 빠르게 발표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부는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A씨의 사망 이후 연체정보 등록 유예 등 지원 대책을 내놓기 위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벌여왔다. A씨는 주택이 경·공매 전이라는 이유로 긴급저리대출을 받지 못했고, 대출 연장도 받지 못해 신용불량 위기에 놓여 있었다.
관계부처 합동 대책이기에 별도로 발표하는 것보다는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힘을 받도록 해야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내수 활성화 대책은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됐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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