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공소기각 가능성도 배제못해…'트럼프 유죄' 증언 신빙성도 쟁점
(서울·뉴욕=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고일환 특파원 = 미국 뉴욕 맨해튼 대배심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 기소를 결정했지만 실제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될지는 미지수다.
만약 형사 기소가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재판부가 공소를 기각할 수 있고, 실제 재판에서 무죄 평결이 내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30일(현지시간) 현재 아직 구체적인 기소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은 선거법 위반 등 범죄를 감추기 위해 기업 문서를 조작한 혐의가 적용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자신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한 포르노 배우 출신 스테파니 클리포드에게 입막음을 조건으로 13만 달러(약 1억7천만 원)를 지급했다는 의혹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됐다.
클리포드에게 합의금을 건넨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이미 연방법원에서 유죄 평결 후 복역까지 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집사'로 불렸던 코언은 복역 이후 저격수로 변신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돈을 전달한 코언의 증언은 향후 구성될 배심원단에 대한 설득력이 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언은 연방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을 뿐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팟캐스트와 비망록 등을 통해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등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맨해튼 지검이 무리하게 기소를 추진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맨해튼 지검은 트럼프그룹이 장부에 코언에게 준 돈을 법률 자문 비용으로 위장 처리한 것은 기업 관련 기록의 조작을 금지한 뉴욕주 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경범죄에 불과한 장부 조작으로 트럼프를 기소하기 위해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른 범죄를 숨기거나,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장부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저지른 '다른 범죄'는 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이 맨해튼 지검의 시각이다.
트럼프그룹이 지급한 돈은 당시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해 쓰였기 때문에 불법 선거자금 수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논리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하는 것은 전례도 거의 없을뿐더러 법률적으로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주 선거가 아닌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대선 후보의 선거자금 문제는 연방 선거법이 다뤄야 하는 사안인데 맨해튼 지검은 연방법을 다루는 기관이 아닌 만큼 기소의 적합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사 크리스 키세는 검찰의 기소에 "형사사법시스템 역사상 최악의 시기"라며 "법적 근거가 완전히 결여됐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주법상 최대 4년형에 처할 수 있으나, 혐의 경중을 봤을 때 초범에게 징역형을 내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맨해튼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줄곧 제기해온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는 프레임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소 결정 전부터 SNS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항의하라"는 글을 올리며 반발해왔고, 결정 직후에도 '정치적 박해'라고 호소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브래그 검사장의 "전례 없는 권력남용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선거법 위반 외에 전혀 예상치 못한 혐의가 적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NYT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을 것이란 추측이 "완전히 틀렸거나 우리가 아직 모르는 중요한 반전이 있을 수 있다"며 "모든 법리 분석을 받아들이는 게 현명하다"고 전했다.
acui7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