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발리서 월드비치게임…이스라엘 출전 예정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인도네시아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유치권을 빼앗기면서 FIFA의 추가 징계나 다른 스포츠 행사 유치권 박탈 등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자카르타 포스트 등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FIFA의 이번 결정에 대해 "실망스럽고 슬프다"라면서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 축구협회(PSSI) 회장에게 이번 일로 인한 FIFA의 추가 제재를 피하도록 노력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일로 내년 1월에 있을 아시안컵이나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예선전 출전 금지 등의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인도네시아는 2015년에도 정부와 정치권이 축구협회 행정에 간섭한다는 이유로 1년간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당하는 등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인도네시아가 유치한 다른 국제 스포츠 대회들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당장 오는 8월 발리에서 열릴 예정인 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 월드비치게임이 문제다. 이 대회에는 206개국이 참가하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이스라엘 역시 참가할 예정이다.
라자 사프타 옥토하리(옥토) 인도네시아 국가 올림픽 위원회(NOC) 위원장은 "이번 대회와 관련해 와얀 코스터 발리 주지사와 논의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선수단의 참가를 반대한다는 의견은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앞서 코스터 주지사는 U-20 월드컵이 열릴 예정이었던 지역 주지사 중 처음으로 이스라엘 선수단의 입국을 막아야 한다며 이스라엘팀이 발리에서 경기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내에서는 그가 이번 유치권 박탈의 주역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향후 국제대회 유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인도네시아는 2036년 올림픽을 신수도인 누산타라에서 열겠다며 유치전에 뛰어들었으며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와 함께 2034년 월드컵 공동 유치에도 나선 상태다.
옥토 위원장은 "이번 일로 정치인들이 스포츠와 관련된 발언에 주의를 기울일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오는 5월부터 열리는 U-20 월드컵을 유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외교관계도 맺지 않을 만큼 앙숙인 이스라엘이 본선에 진출하자 이슬람 단체를 중심으로 이스라엘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고 일부 극단주의자들은 이스라엘 선수단이 입국하면 이들을 납치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여기에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마저 반이스라엘 분위기에 편승하며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결국 FIFA는 이번 U-20 월드컵을 인도네시아가 아닌 다른 곳에서 치르기로 결정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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