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최악 비극 '부차 학살' 1년…"용서하지 않겠다"

입력 2023-03-31 16:55  

우크라전 최악 비극 '부차 학살' 1년…"용서하지 않겠다"
길거리에 민간인 시신 '경악'…4월 2일 외신 첫 보도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최악의 비극으로 꼽히는 부차 민간인 학살이 세상에 알려진 지 1년이 돼 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북서쪽에 위치한 조용한 베드타운이었던 부차는 러시아군이 자행한 끔찍한 전쟁범죄의 상처 때문에 여전히 악몽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AP, AFP 통신 등 외신들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차는 지난해 2월 24일 발발한 전쟁 초반에 러시아군에 한 달 이상 점령당했다가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도시다.
철수한 러시아군이 할퀴고 간 도시의 풍경은 경악스러웠다. 민간인 복장을 한 시신들이 길가, 자전거 옆, 차 안, 마당, 건물과 집 안에 그대로 쓰러져 있었다.
민간인 시신으로 뒤덮인 부차 거리의 참혹한 광경은 지난해 4월 2일부터 외신 기자들의 보도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당시 외신들은 부차에 400여구의 민간인 시신이 발견됐으며, 일부 시신은 두 손이 등 뒤로 결박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유엔은 부차를 비롯한 키이우 북쪽 지역에서 1천구가 넘는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현장을 취재했던 AP 통신의 바딤 기드러 사진기자는 "민간인 옷을 입은 여성, 노인, 청년의 시신이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었다"며 "다수는 사망한 지 그리 오래돼 보이지 않았고 잠을 자는 것처럼 보였다"고 떠올렸다.
부차의 구멍 난 도로가 재포장되고 무너진 집들도 조금씩 수리되고 있지만 1년 전 드러난 전쟁의 잔혹함은 여전히 잊히지 않고 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부차 수복 1년을 맞아 소셜미디어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가 부차를 점령해 벌인 민간인 학살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며 "모든 가해자를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쟁의 참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탈환한 다른 도시 이지움에서는 지난해 9월 440구 이상의 시신이 매장된 집단 무덤이 발견됐다.
지난해 4월 8일에는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이 로켓 공격을 받아 약 60명의 민간인이 사망했고, 올해 1월 14일 드니프로 아파트 단지가 미사일 폭격을 받아 민간인 46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3월 16일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는 어린이를 포함해 민간인들이 피신해 있던 극장이 폭격받아 마리우폴시 당국 추산 3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밖에도 러시아군의 전력망 공격으로 수 백만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추운 겨울을 난방 없이 버텨야 했고, 여성들은 강간을 비롯한 성범죄에 노출되고 어린이들은 러시아로 강제 이주 피해를 당했다고 AFP 통신은 되짚었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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