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매체 "위촉·당연직은 확대"…친중파 구의회 장악 의도인 듯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홍콩 당국이 지방의회 격인 구의회의 직선 의원을 대폭 줄이는 대신 위촉·당연직 의원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명보와 홍콩01 등 현지 매체들이 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조만간 구의회 의석과 기능을 개편하는 방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직선제로 선출하는 의석은 기존 452석의 3분의 1 수준인 150석으로 대폭 줄이고, 위촉직과 당연직 의석은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구의회 역할도 축소, 홍콩 정부는 종전 홍콩 업무 전반에 대해 자문하는 것에서 해당 구(區)의 업무만 자문하도록 조정될 전망이다.
중국 중앙과의 협의가 남아 있지만, 직선 의석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홍콩 정부가 위촉하는 의석과 각 마을의 향사(鄕事)위원회 대표가 당연직으로 겸임하는 의석은 늘게 될 것으로 홍콩01은 전망했다.
홍콩 구의원 선거는 4년마다 치러지며 2019년 11월 선거 때는 선출직 452석, 당연직 27석 등 479석으로 구성됐다.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거셌던 와중에 치러진 당시 선거 때는 294만명이 투표해 홍콩 역사상 가장 높은 71.2%의 투표율을 기록했으며, 민주당 등 범민주 진영이 452석 중 388석을 얻어 18개 구 가운데 17곳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며 대승했다.
그러나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과 함께 '중화인민공화국(중국) 홍콩특별행정구'에 대한 충성과 홍콩 기본법 수호를 다짐하는 '충성 서약'을 강요하자 범민주파 구의원 260여명이 자진 사퇴했고, 55명은 충성 서약 심사에서 탈락해 구의원직을 박탈당했다.
홍콩 당국이 구의회 의석과 기능 축소에 나선 것은 중국이 지향하는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공고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범민주 진영 인사들이 당선될 수 있는 선출직 의석수를 줄이는 대신 당국이 위촉하는 의원과 친정부 성향의 마을 대표들이 겸직하는 당연직 의석수를 늘려 친중파 의원들이 구의회를 안정적으로 장악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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