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소 후 첫 인터뷰…"소셜미디어 등으로 살해 협박 등 봇물"
"트럼프, 지지자들의 폭력적 행동 선동하고 조장"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미국 전직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형사기소되는 계기를 제공한 포르노 배우 겸 감독 스토미 대니얼스(44)는 "정의는 실현된다"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대니얼스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실린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가 "기념비적이고 서사적"이라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트럼프는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아니다. 권력을 가진 자도 법망을 피할 수 없다. 직업이나 재산과 관계없이 자신이 말하거나 행동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른 면으로 이번 일로 사람들이 계속 분열되고 무장하게 됐다"며 "결과가 어떻든 이번 일은 폭력을 야기하고 부상과 죽음을 일으킬 것이다"라며 좋은 일과 함께 나쁜 일도 뒤따르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더타임스는 미국 모처에서 기자와 만난 대니얼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 소식에 의기양양하기보다는 조심스러워하면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전했다.
실제, 대니얼스는 뉴욕 맨해튼 대배심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 수 시간 만에 소셜미디어와 이메일, 전화로 폭력적 위협이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꽃뱀', '창녀', '매춘부', '거짓말쟁이' 정도였는데 지금은 '죽이겠다'라는 훨씬 폭력적이고 생생한 협박을 받는다"고 털어놨다.
대니얼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광적인 지지자들이 처음으로 두렵게 느껴졌다면서 "트럼프가 스스로 폭력을 선동하고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나는 것은 두렵지 않다면서 "나는 그의 벌거벗은 모습도 봤다. 그가 옷을 입고 더 무서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미 대선 직전 과거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려던 자신의 입을 막으려고 13만 달러(약 1억7천만원)를 줬다는 의혹이 처음 수면 위로 부상한 2018년에는 '네 딸을 안락사시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고 대니얼스는 덧붙였다.
그는 공개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맞서 증언하길 원한다면서 "두렵지 않다. 숨길 게 없고 내가 아는 것을 모두 말하고 싶다"고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본명이 '스테파니 클리퍼드'인 대니얼스는 2006년 미국 네바다주의 한 호텔 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부인하면서도, 대니얼스에게 '입막음' 대가로 13만 달러를 지급한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에게 '법률자문 비용'으로 같은 금액을 회삿돈으로 변제한 사실은 인정했다.
10년 넘게 트럼프 대통령의 곁을 지키며 '집사'이자 '해결사' 역할을 하던 코언은 당초 대니얼스에게 돈을 준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입장을 바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로 돈을 준 것이라고 폭로했다.
미 검찰이 금융사기와 탈세 등 개인비리 혐의를 잡고 압박하자 유죄를 인정하고 감형을 받는 플리바겐을 택한 결과다. 그는 '러시아 게이트' 특검 수사 등에 협력하고 2018년 3년형을 선고받았다.
대니얼스는 코언에 대해 "그는 간접적으로 나의 삶을 지옥으로 만든 책임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충성을 다해 자기 일을 했다는 것을 이해하고,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내가 비밀 유지 협약에 서명하고 입막음용 돈을 받은 것은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이라며 "그럼으로써 트럼프를 불법 행위로 쫓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승마에 능하다는 대니얼스는 트럼프 측으로부터 받은 돈 가운데 일부로 말 운반용 트레일러를 샀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는 마침 '구원'(Redemption)이란 이름의 말에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니얼스는 트럼프 측이 자신의 이름 앞에 '포르노 배우'라는 수식어를 늘 붙여 자신을 음란하고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려 했다면서도 "내 나체 사진은 어디에나 있기에 나체 사진으로 협박받는 일은 없었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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