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이달 중 주류 할인 거래 허용 지침 마련
외식 소줏값 1년 새 11.2%, 맥주는 10.5% 올라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곽민서 김다혜 기자 = 정부가 주류 판매 규제를 개선해 가격경쟁을 유도한다. 편의점 등 소매점이나 식당·주점이 도매업자로부터 술을 싼값에 조달할 수 있도록 각종 할인을 허용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맥주 4캔 1만원'과 같은 식의 묶음 할인이나 식당에서의 음식 패키지 할인 등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달 중으로 주류 거래 시 허용되는 할인의 구체적 기준을 담은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행 주류 면허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주류 판매업자는 주류 거래와 관련해 장려금, 할인, 외상매출금 또는 수수료 경감 등 그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금품(대여금 제외) 또는 주류를 제공하거나 제공받으면 안 된다.
주류 판매업자가 부당하게 상품 대금의 일부를 구매자에게 돌려주는(리베이트) 방식으로 고객을 유인하거나 특정 상품 판매를 늘리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이다.
그러나 이런 규정 때문에 도매업체가 대량 구매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것까지 금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편의점이나 대형 주류 판매 매장은 물건을 대량으로 싼값에 들여와 소비자에게도 비교적 싸게 판매하는데 이런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할인 행사가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할인을 금지하는 규정이 국세청 고시에 있었는데, 최근 규제 근거가 법령으로 상향되는 과정에서 문구가 수정되는 바람에 이런 우려가 커졌다.
종전 고시는 할인 등을 제공함으로써 '무자료 거래를 조장하거나 주류 거래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는데 법령 개정에 따라 수정된 고시에선 이런 문구가 빠지고 할인 등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조문만 남았기 때문이다.
바뀐 고시가 올해부터 시행되자, 할인을 요구하는 소매업체와 할인을 해주지 않으려는 도매업체가 법령 해석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일도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할인 금지 규정은 변칙적인 거래로 인한 질서 문란 행위를 막으려는 취지인 만큼, 리베이트가 아닌 거래는 허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 할인이 가능한지 지침을 통해 확실히 안내하면 도매업체와 소매업체, 도매업체와 식당·유흥업소 간 할인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 수량, 지급 조건 등을 사전에 약정하고 이에 따라 가격을 할인하는 것은 허용된다는 점을 지침에 명시하고 합리적인 거래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매업체의 원가 부담이 경감되면 소매업체가 묶음 할인, 음식 패키지 할인 등에 한층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형 주점이 특정 브랜드 소주를 할인된 가격으로 조달한 뒤 계란말이나 소시지볶음 안주를 주문하면 소주 3병을 1만원에 파는 이벤트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소주 1병을 5천∼6천원에 판매하는 음식점이 많이 늘었다. 대표적인 서민 술로 꼽히는 소주 1병 가격으로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으로 외식 소주 가격은 1년 전보다 11.2% 올랐다. 외식 맥주 가격도 10.5%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4.8%)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매점과 식당을 대상으로 한 도매업체의 할인이 확대된다고 해도 소비자 가격 인하로까지 이어지겠느냐는 회의적인 전망도 나온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주·맥주 가격에는 자릿세·인건비·영업 마진 등이 상당 부분 포함되는 만큼 원가 인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법령 해석이 다소 모호한 가운데서도 이미 다양한 종류의 할인이 이뤄지고 있어서 고시 마련에 따른 추가적인 가격경쟁 유발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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