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3년 4개월 만에 자국을 찾은 일본 외무상을 극진히 환대하면서도 현안에 대해서는 강하게 압박하는 양동작전을 구사했다.
2일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와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이날 오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台) 국빈관에서 만났다.
댜오위타이 국빈관은 명칭 그대로 국빈급 외국 인사를 위한 공간으로, 시진핑 국가 주석이 외국 정상과 회담할 때 주로 사용한다.
하야시 장관은 오찬을 포함해 약 4시간 동안 친 부장과 회담하며 동중국해·대만해협 문제·오염수 배출·간첩 혐의로 구속된 일본인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어 중국 서열 2위 리창 국무원 총리와 회담했고, 중국 외교라인 최고위 인사인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과 만찬을 함께 했다.
하루 동안 시진핑 국가 주석을 제외하고는 중국 고위직 인사를 모두 만난 셈이다.
카운터파트가 있는 국가 간 외교에서 이례적 환대라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회담 장소는 물론 리창 총리까지 나섰다는 점을 거론하며 중국이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볼 수 있는 단면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과 공조를 강화하며 대중국 압박에 나서는 일본의 정책에 대해서는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철저한 압박을 가했다.
친 부장이 하야시 외무상과 회담에서 거론한 두 개의 고사성어가 대표적이다.
친 부장은 양국의 대화와 소통을 강조한 뒤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도 강요하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기소불욕 물시어인)는 논어 위령공편의 구절을 언급했다.
미국이 과거 일본을 압박할 때 반도체 산업을 압박한 것처럼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 동참하기로 한 일본을 비판한 것이다.
친 부장은 이어 일본의 절박한 고통이 아직 남아있다며 '위호작창'(爲虎作?)이라는 성어를 다시 한번 소환했다.
위호작창은 호랑이에게 잡아 먹힌 사람은 죽어서 창귀가 돼 호랑이가 먹이를 구하러 갈 때 길잡이 노릇을 한다는 뜻으로 나쁜 사람의 앞잡이가 돼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표현이다.
미국을 호랑이에 일본을 창귀에 각각 비유하며 막말에 가까운 발언을 한 셈이다.
친 부장은 이밖에 "역사와 인민에게 부끄럽지 않은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며 일본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