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심장의 모양이 구형(球形: sphericity)일수록 심장을 박동시키는 심장근육의 분자·세포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는 심근병증(cardiomyopathy)이 내재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의대 예방 심장학과의 쇼 클라크 교수 연구팀은 심장의 모양이 원형이라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문제의 표지(marker)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1일 보도했다.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베이스 중 정상으로 판정된 심장 MRI 영상이 있는 3만8천897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영국 바이오뱅크에는 약 50만 명(40~69세)의 유전, 생활 습관, 건강 정보가 수록돼 있다.
연구팀은 이들의 심장 MRI 영상과 의료기록을 이용, 어떤 심장 MRI 영상이 나중 심근병증, 심방세동, 심부전 같은 심장 질환 발생으로 이어지는지를 살펴봤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기계학습 알고리즘인 심층학습(deep learning) 기술을 이용, MRI에 나타난 이들의 심장 구형이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했다.
그 결과 심장 구형이 증가할수록 장차 심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장 구형 지수(sphericity index)가 1 표준편차(standard deviation) 증가할 때마다 심근병증과 심방세동 발생률이 각각 47%, 20%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임상 요인 그리고 MRI 판정 결과와도 무관했다.
연구 대상자들의 유전자 데이터를 멘델 무작위 분석법(Mendelian randomization)으로 분석한 결과 4곳의 유전자 자리(loci)가 심장 구형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멘델 무작위 분석법이란 특정 질병의 환경적 위험인자들과 그와 연관이 있는 유전자 변이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해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연구 방법이다.
과거의 연구는 심장병이 시작된 후에 심장의 모양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었지만, 심장은 심장 질환의 임상 증상이 시작되기 전에 점점 더 둥글게 모양이 바뀔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제까지는 심장은 크기가 클수록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제는 심장이 둥글수록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현재 심장 전문의들은 심방의 크기와 수축 기능(systolic function)으로 심근병증과 기타 관련 심장 문제들을 진단하고 모니터하지만, 심장 구형도가 또 하나의 훌륭한 진단과 관찰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 과학 전문지 '메드'(Med)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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