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지 세탁·중개인 개입 등 복잡한 과정 거쳐…中 "모른다, 아니다" 발뺌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북한이 국제사회의 거래 금지에도 꾸준히 수송용 선박을 입수하는 출처는 중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5일(현지시간) 발표한 전문가패널 보고서에는 북한이 외국에서 제조한 중고 선박을 수입하는 과정이 소개됐다.
일단 북한은 2017년 유엔 안보리 결의안 2397호에 따라 신규·중고를 불문하고 수송용 선박이나 유조선을 구입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은 2020년 이후에도 20척의 선박을 취득해 제재 회피 목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북한의 선박 취득 과정을 추적한 전문가패널은 거래 과정에서 비슷한 패턴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복수의 중개인이 개입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등록지가 세탁된 뒤 북한에 넘어가고, 거래가 종료된 후에도 국제해사기구(IMO)에 관련 정보에 대한 신고를 최대한 늦춘다는 것이다.
패널은 이 같은 거래를 주도하는 국가의 이름을 보고서에 적시하진 않았지만, 패널이 든 사례는 대부분 중국 선박이나 회사, 중국 국적의 인물들이 관련돼 있었다.
지난해 북한이 '락원 1호'와 '경송 3호'라는 이름으로 IMO에 등록한 수송용 선박 2척은 중국이 국내 항로에서 사용하던 선박이었다.
북한으로 넘어가기 몇개월 전 두 선박은 일단 마셜군도에 적을 둔 선박회사에 소유권이 넘어갔다. 그리고 두 선박의 등록지는 뉴질랜드령인 니우에로 변경됐다.
이후 중국에서 각종 물품을 싣고 출항한 두 선박은 먼저 부산항에 들려 선원을 내리게 했다.
부산항에는 '일본으로 가는 길'이라는 거짓 신고를 한 뒤 입항했지만, 일단 부산항을 떠난 뒤에는 항로를 북한 쪽으로 돌렸다는 것이다.
패널은 두 선박이 북한으로 인도되는 과정의 유사성을 감안한다면 판매 네트워크가 동일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패널의 질의에 대해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지난해 7월 북한이 '락원 1호'로 등록한 수송용 선박도 '안하이 6호'라는 이름으로 중국인이 소유하고 있었다. 역시 중국인이 경영하는 마셜군도의 선박회사를 거쳐 북한으로 넘어갔다.
북한으로 인도되기 전 중국의 여러 항구를 거친 안하이 6호를 위성사진으로 확인한 결과 중장비인 불도저가 선적된 상태였다.
다만 중국 당국은 패널의 질의에 "안하이 6호에 비단과 가구, 기타 생활용품이 선적됐고 금지 물품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중국 당국은 지난해 북한에 팔린 뒤 '모란봉 2호'와 '송림호'라는 이름으로 IMO에 등록된 선박의 세관 기록과 판매자 정보에 대한 패널의 질의에 "이름이 바뀐 걸 몰랐다"고 답하기도 했다.
패널은 북한이 불법 수입한 중고 선박들은 불법 해상거래 등에 사용되고 있다면서 각국의 선박 판매 당사자들이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패널은 총 25척의 선박을 유엔 제재 대상으로 신규 지정할 것을 대북 제재위에 권고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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