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언론, 스위스 1만1천명·전 세계 2만5천명 해고 예상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하기로 한 경쟁 IB UBS가 인수를 완료하면 인력을 최대 30% 줄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은 스위스 현지 언론을 인용해 UBS의 크레디트스위스 인수 후 탄생할 은행이 인력을 20∼30% 감축할 예정이라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위스에서 최대 1만1천명, 전 세계적으로는 2만5천명의 직원이 해고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UBS는 잇단 투자 실패와 고객 이탈 등으로 경영 위기에 휩싸인 크레디트스위스를 지난달 19일 30억 스위스프랑(4조3천억원)에 인수했다.
크레디트스위스와 UBS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12만5천명을 고용하고 있었는데, 이 중 30%는 스위스에서 일하는 인력이다.
UBS 대변인은 이에 대해 코멘트를 거부했다.
앞서 크레디트스위스는 UBS에 인수되기 전 2025년 말까지 9천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UBS는 인수 발표 당시 이후 크레디트스위스의 IB 부문을 축소할 계획이며 인력 감축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으나 이후 랄프 하머스 UBS 최고경영자(CEO)가 합병을 통한 비용 절감분 80억 달러(약 10조5천억원) 중 60억 달러(약 7조9천억원)가 인력 부문에서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위기설이 돌았던 크레디트스위스가 IB 부문을 분사하는 자구책을 내놨지만 결국 이것이 몰락을 앞당겼다고 진단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2021년 파산한 영국 그린실 캐피털과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털에 대한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지난해부터 위기설에 휩싸였다.
그런 가운데 재무 건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고 주가가 급락하자 위기설 타개를 위해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다.
이 구조조정 계획은 크레디트스위스가 IB 부문을 1990년 인수한 미국 IB '퍼스트 보스턴' 브랜드를 되살려 'CS 퍼스트 보스턴' 브랜드로 분리, 인수·합병(M&A)과 투자자문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CS 퍼스트 보스턴은 씨티그룹 출신의 마이클 클라인이 대표를 맡기로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이 결국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예일대에서 금융 안정성 프로그램을 연구하는 스티븐 켈리는 금융 시장이 평화로운 시기에는 이 같은 분사가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시장이 뒤집히고 크레디트스위스 자체가 위기를 맞았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많은 크레디트스위스 주주는 UBS가 10년 전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은행이 대부분의 부서를 폐쇄하고 부유층 고객들의 돈을 관리하는 더 안정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기를 원했으나 크레디트스위스는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켈리 연구원은 "은행 구조조정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에 가능한 한 크게 하는 것"이라며 "크레디트스위스의 심각한 실수는 처음에 충분히 멀리 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퍼스트 보스턴으로 분사한 IB 부문의 CEO를 맡기로 한 마이클 클라인의 자문업체를 크레디트스위스가 1억7천500만달러(약 2천300억원)에 인수·합병하겠다고 밝히자 고객과 주주들은 계속 신뢰를 잃어갔다고 WSJ은 전했다.
UBS는 인수한 크레디트스위스의 IB 부문을 대부분 서서히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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