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폴리티코 "재판 지연 전략 전망…판사 등 공격 이미 시작"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형사 기소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가 선호해온 '공격하고 지연하라'는 전략을 다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십년간 많은 재판을 겪으면서 '공격'과 '지연'이라는 두 가지 전략을 자주 사용해 왔고, 맨해튼 지검의 기소로 시작될 이번 재판에서도 담당 검사들과 판사에 대한 공격을 이미 시작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변호 전략은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기소 내용을 고지하고 공소 사실에 대한 인정 또는 부인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인 기소인부절차가 진행되는 4일 이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NYT는 두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고 짚었다.
하나는 검찰 측 핵심 증인으로 예상되는 마이클 코언 변호사 등 '적'의 신뢰성을 적극 공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검찰이 새로운 법리를 적용했을 경우 이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코언 변호사는 2016년 대선 직전 트럼프와 성관계를 맺은 전직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입막음용으로 돈을 건네고 이후 트럼프의 개인회사에서 나온 돈으로 보전받은 인물이다.
트럼프 측의 공격 전략은 이미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서 이번 사건을 담당한 후안 메르찬 판사가 4일 주재할 기소인부절차를 언급하며 "나의 마녀사냥 재판, 즉 한 번도 기소된 적이 없는 이 '재판'에 배정된 판사(메르찬)는 나를 증오한다"고 적었다.
트럼프 측 변호인은 CNN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온'에 출연해 검찰 측 증인으로 예상되는 코언 변호사를 '병적인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폴리티코는 4일 기소인부절차에서 이 재판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전술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기소인부절차와 함께 향후 진행될 절차별로 시한이 설정될 예정인데, 트럼프 측은 단계마다 줄줄이 그 시한이 미뤄지도록 지연 전술을 펼칠 것으로 전망됐다.
그 시작점은 검찰 측이 기소 35일 안에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단에 모든 관련 문서와 증거를 제공해야 하는 5월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변호인단은 각각의 변곡점마다 새로운 행동에 나서며 재판을 끌 것이라는 것이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업 관련 법적 다툼에서 지연 전술을 오래 사용해왔고, 정치인이 된 다음에도 판도가 바뀔 때까지 법률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송을 반복해서 지연시켜 왔다고 밝혔다.
이번 기소로 이어진 맨해튼 지검의 수사 초기에도 지연 전술이 사용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검찰이 2019년 자신의 회계사들에게 세금신고서 등을 제출하라고 명령하자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까지 끌고 가며 서류 제출을 18개월간 미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여러 차례 변호했던 크리스토퍼 키스 변호사는 이번에도 이전의 많은 재판에서 사용한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지연 전략은 그동안 성공을 거두었는데, 그 이유는 그것이 올바른 전략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맨해튼 지검에서 30년간 재직한 캐서린 크리스천 변호사는 "그들은 재판을 지연시키고 또 지연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재판의 변곡점마다 새로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그러나 메르찬 판사는 사려 깊고 신중한 판사로 명성을 쌓아왔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격-지연' 전략에 대해 거의 인내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NYT는 이번 재판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에는 현직 대통령 기소 금지 규정으로, 두 번의 탄핵 때는 공화당 의원들을 통해 보호를 받았지만 지금은 그를 보호해줄 갑옷이 없다며 그는 가장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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