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연맹 정상회담에 시리아 초청"…이란 "사우디 국왕이 대통령 초대"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받는 중동 국가들과 관계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가오는 아랍연맹(AL) 정상회담 개최국인 사우디아리비아는 회담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초청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중재로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이란과는 조만간 외무장관 회담을 갖고, 이어 정상 회담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소식통은 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수주 안에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공식적으로 초청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랍연맹 정상회담은 오는 5월 19일 사우디에서 열릴 예정이다.
사우디 정부와 아랍연맹 측은 시리아 초청 계획과 관련한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시리아는 2011년 내전 발생 후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에서 퇴출당했다.
아랍권과 서방 국가들은 반정부 시위에 대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강경 진압을 내전 원인으로 지목하고 내전 초기에는 반군을 지지했다.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알아사드 대통령은 러시아와 이란 같은 우방국의 군사 지원으로 국토 대부분을 다시 장악했으며, 아랍 국가들은 최근 수년간 그와 관계 회복 움직임을 보여왔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해 3월에 이어 이달에도 알아사드 대통령을 초청하는 등 시리아와 관계 회복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 2월 튀르키예(터키) 강진 후 사우디 등 아랍 국가들이 원조에 나서면서 해빙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최근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 합의는 사우디·시리아 간 접촉을 가속했다. 알아사드 정권은 이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달 23일 시리아 측과 관계된 소식통은 "양국이 4월 하순에 돌아오는 이슬람 명절인 이드 알-피트르에 대사관 재개관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로이터는 시리아가 아랍연맹에 초청된다면 알아사드 정권의 고립이 공식적으로 종료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전방위 제재를 받는 이란과 사우디의 관계는 회복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모하메드 모카베르 수석 부통령은 3일 기자회견에서 "사우디 국왕이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을 리야드로 초청했으며, 양국 정상의 만남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모카베르 부통령은 라이시 대통령이 사우디 국왕의 초청을 받아들였으며 이란은 양국의 협력을 확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에는 양국 외무장관이 전화 통화하고 조만간 회담하기로 뜻을 모았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양국 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수일 내에 사우디 외무장관과 만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오랜 앙숙과는 적극적인 관계 회복에 나서는 것과는 달리 사우디는 최근 미국과 더욱 멀어지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는 2일 하루 166만 배럴(기존 러시아 감산량 포함) '자발적 감산'을 발표했다.
이번 추가 감산을 주도한 사우디는 지난해 10월 OPEC+의 대규모 감산도 이끌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원유 판매 수입 증대를 막고, 인플레를 잡기 위해 거듭 증산을 요구해온 미국의 기대를 다시 한번 '배반'한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현시점의 감산 결정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날을 세웠다.
외신들은 사우디가 중국과 밀착함과 동시에 역내 국가들과 갈등 해소에 나서면서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 거리를 두는 외교 노선을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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