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1999년 측근 3명과 살인·고문·납치 등 혐의
재판 2년 이상 걸릴듯…코소보·헤이그서 타치 지지 시위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전쟁 범죄 혐의로 국제 법정에 선 하심 타치 전 코소보 대통령(54)이 제기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타치 전 대통령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 특별재판소에서 전쟁 범죄와 반인도적 범죄 관련 10개 혐의에 대한 첫 재판을 받았다.
타치 전 대통령과 전직 국회의장 2명을 포함한 그의 최측근 3명은 1998~1999년 세르비아에서 독립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살인과 고문, 납치 등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코소보에서는 당시 '인종청소'로 불리는 학살극이 일어나 1만3천여명이 사망했다. 타치 전 대통령 등은 세르비아 보안군에 대항하는 게릴라 조직 코소보해방군(KLA)의 일원이었다.
알렉스 휘팅 검사는 이들이 코소보 전역에서 반대 세력과 소수민족을 열악한 시설에 구금했고, 그중 102명을 살해했다고 보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은 코소보 인구 90%를 차지하는 알바니아인이었다.
휘팅 검사는 "민간인과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을 임시 구금하고 학대와 고문, 살인의 대상으로 삼는 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타치 전 대통령과 측근 3명은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어두운 줄무늬 정장을 입고 법정에 나타난 타치 전 대통령은 "공소제기 내용을 이해했고, 나는 전혀 죄가 없다"고 주장했다.
전범 피해자 측 변호인은 총구의 위협을 받고 끌려갔던 코소보의 교사와 경찰, 농부, 건설 노동자 등 피해자들의 삶은 "단 하루로 인해 완전히 바뀌거나 끝났다"고 호소했다.
다음 심리는 4일 열릴 예정이며, 이날 재판은 타치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의 모두 진술로 시작된다. 검사 측이 증거 제시에만 2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 만큼 재판은 상당히 길어질 전망이다.
코소보 수도 프리슈티나에는 2일부터 타치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 수천 명이 집결했고, 3일 헤이그 법정 앞에도 지지자 수백명이 몰려들었다. 이들 중 일부는 타치 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팻말을 들고 흔들었고, 'KLA'를 구호로 외치기도 했다.
코소보인 상당수가 이번 재판이 KLA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코소보 해방의 길을 터준 역사를 평가절하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타치 전 대통령은 2008년 코소보가 독립을 선언한 이후 초대 총리에 올랐고, 2016년 대통령에 선출됐다. 2020년 11월 특별재판소가 그에 대한 기소를 추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특별재판소 회부 이전까지 미국 등 서구권 정상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 그를 '코소보의 조지 워싱턴'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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