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13개 금융회사 점검 결과…가상화폐 시세차익 노려
연루 금융사 9곳에 제재 예고…'3선 방어' 제도개선안 검토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임수정 기자 = 가상화폐 차익거래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융권의 이상 해외송금 적발 규모가 1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4일 은행 부문 주요 감독·검사 현안 기자설명회에서 국내 은행 12곳과 NH선물 등 13개 금융사를 검사한 결과 84개 업체에서 122억6천만달러(약 15조9천억원)가 넘는 규모의 이상 외화 송금 거래를 통해 외국환거래법 등을 위반한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융회사별로는 NH선물이 50억4천만달러(약 6조5천억원)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23억6천만달러), 우리은행(16억2천만달러), 하나은행(10억8천만달러), 국민은행(7억5천만달러), 농협은행(6억4천만달러) 등 순으로 뒤를 이었다.
대부분 거래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은행을 거쳐 송금됐다는 점에서 국내외 가상화폐 시세 차이,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거래인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연루 업체들은 정상적인 무역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가장하고 신용장이 없어도 되는 사전송금 방식 등을 활용해 해외 계좌로 돈을 보냈다.
이상 외화 송금 거래 조사는 지난해 6월 우리·신한은행이 자체 감사에서 비정상적인 외환 거래 사례를 포착해 금감원에 보고하면서 시작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자체 점검 결과를 토대로 같은 해 9∼10월 10개 은행으로 검사를 확대했고, 뒤이어 거액 이상 외화 송금이 포착된 NH선물을 상대로도 검사를 벌였다.
다수 위법 행위도 드러났다. 금감원 공조 결과 대구지검은 작년 10월 외국환거래법 등 위반 혐의로 우리은행 전 지점장 등 8명을 구속기소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NH선물 직원 1명을 구속기소하는 등 모두 14명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도 올해 1월 송금업체 등 관련자 11명을 구속기소하고 9명을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긴 바 있다.
금감원은 이상 해외송금 관련 연루 금융회사들의 무더기 제재도 예고했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달 말경 연루 금융회사 13곳 중 9곳에 제재 사전 통지를 했다"고 밝혔다.
금융회사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업무정지-시정명령-기관경고-기관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부원장은 "최고경영자(CEO)가 포함됐는지는 너무 특정되기 때문에 밝힐 수 없지만 법규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 고위 임원에 대해서도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사전 통지 안에는 임직원 면직이나 업무 일부 정지 등과 같은 중징계안도 포함된 상태다.
한편 금감원은 이상 외화 송금 재발 방지를 위해 은행권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외화 송금 때 은행이 필수로 확인해야 할 사항을 표준화하고, 영업점 사전확인, 외환사업부 모니터링, 유관부서 사후 점검으로 이어지는 '3선 방어' 내부통제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pan@yna.co.kr,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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