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만난 곽재선 "곳곳에 떨어진 낙숫물 줍겠다"
(고양=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사명을 바꾸고 새 출발한 KG 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가 전동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KG 모빌리티는 4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비전 테크 데이'(Vision Tech Day)를 열고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KG 모빌리티는 차량 내부 고속 통신과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차량용 통합 OS(운영체제) 개발을 위해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IT 기업과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계획이다.
통합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 시스템 개발을 거쳐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기반의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게 KG 모빌리티의 청사진이다.
KG 모빌리티는 고속도로 레벨3 자율주행도 개발하고, 레벨4 수준의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개발해 2030년까지 레벨4 플러스 수준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KG 모빌리티는 또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이 완료되면 해당 플랫폼 기반의 전기 SUV 10만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사전계약을 받는 토레스 EVX에는 국내 최초로 CTP(Cell To Pack) 기술이 적용된 배터리가 장착된다. CTP 기술을 적용한 배터리는 모듈이 차지하는 공간만큼 더 많은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KG 모빌리티가 이날 발표한 로드맵은 현대차[005380],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일찌감치 내놓은 미래 전략과 유사하다.
이에 대해 KG 모빌리티 측은 '틈새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곽재선 KG 모빌리티 회장은 "글로벌 제조사의 발전 방안은 다 비슷할 수밖에 없다"며 "KG 전략은 빈 곳에 (우리의 차를) 넣는 것이고, 지금은 체력을 더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곽 회장은 "미국이나 유럽 등 대표적인 시장이 있지만 아프리카나 남미 등 작은 나라에서도 자동차는 필요하다"며 "한 시장, 한 우물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넓게 파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회사는 비록 작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계 중 재무구조 1위가 KG 모빌리티다. 금융 부채가 '제로'"라며 "투자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전동화 전환과 SDV 구축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KG 모빌리티가 뒤늦게 유사한 비전으로 이들을 따라가기에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쌍용차 비전은) 경쟁업체들이 한다고 하는 것들을 다 모아놓은 것"이라며 "규모가 큰 브랜드도 허덕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곽 회장은 "사명 변경은 쌍용차가 '페이드 아웃'(fade-out·서서히 사라짐) 되면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며 "해외 시장에서 엠블럼은 '윙'으로 통일하고, 레터링은 차종에 맞게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곽 회장은 이날 행사 전 만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곳곳에 떨어진 낙숫물을 줍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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