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가 트럼프에 걸림돌?…일부 세계 지도자, '화려하게' 재기

입력 2023-04-05 02:05   수정 2023-04-05 07:49

기소가 트럼프에 걸림돌?…일부 세계 지도자, '화려하게' 재기
일부 유죄 伊 前총리, 총선 승리…브라질 룰라, 실형→무효화→대선 승리
말련 총리, 수감→사면→총리…'사기' 이스라엘 총리, 사법부 무력화 시도
트럼프처럼 모두 '정치적' 주장…CNN "형사기소, 고위직에 걸림돌 안되기도"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미국 전·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세기의 재판이 시작되며 세간의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전 세계 정치 지도자들의 유사 사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4일(현지시간) "트럼프는 형사 기소에 직면한 첫 전직 미 대통령이지만, 전 세계의 많은 전·현직 지도자는 기소되거나, 감옥에 가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 상당수는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고 비난했지만, 그런 혐의는 종종 정치적 공직을 유지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거론됐다.
작년 말 우파 연립정부를 통해 6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한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현재 사기, 뇌물수수, 배임 혐의 등 부패 관련 재판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를 지칭한 것처럼 자신에 대한 재판을 '마녀사냥'이라고 부르면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급기야 그는 이스라엘 헌법이 법률과 같은 절차에 의해 개정할 수 있는 연성헌법이라는 점을 이용해, 기본법에 대한 대법원의 사법심사 권한을 박탈하고 법관 임명에 대한 정부 개입 여지를 늘리는 등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추진했다.
하지만 자신을 보호하려 사법 개혁을 악용한다는 국내외 저항과 반발에 부닥쳐 일단 입법 절차를 연기한다고 한 발짝 물러선 상태다.



지난 1월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부패 혐의에 연루돼 2018년 4월부터 1년 반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
건설사로부터 아파트 관련 비용 110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부패 및 돈세탁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은 데 따른 것이었다. 그 대가로 해당 기업은 국영 석유 대기업으로부터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는 게 당시 검찰 주장이었다.
룰라 대통령 역시 이런 혐의가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2021년 3월 룰라 대통령에 대해 부패 혐의를 적용해 선고했던 실형을 무효로 하는 판결을 내렸고, 그의 정치 인생에 반전이 이뤄졌다.
룰라는 지난해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거꾸로 그의 정적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8일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발생한 대선 불복 폭력 시위를 조장했다는 혐의로 법적 처벌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통령도 재임 중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아직도 공직을 유지하고 있다.
2007∼2011년, 2011∼2015년 기간 두 차례 대통령을 역임한 그는 재임 기간의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작년 12월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수백만 달러 상당의 도로공사 계약을 체결하면서 업자와 공모해 비용을 과다 책정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그 역시 정치적 동기를 들고나오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법원은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향후 공직 자격을 박탈했다.
하지만 현직 부통령이라는 신분이 주는 일시적인 면책특권을 활용해 항소에 나섰고, 그 결과 그는 곧바로 수감되는 것을 모면하게 됐다고 CNN은 전했다.



작년 11월 말레이시아 총리에 오른 안와르 이브라힘은 동성애와 부패 혐의로 구속된 경력이 있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동성애는 합의가 있더라도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다.
하지만 그는 이런 혐의를 정치적인 동기에 의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에게 내려진 유죄 판결은 2004년 법원에서 뒤집혔고, 그가 정계로 복귀한 이후에도 같은 혐의가 추가로 제기돼 2014년 또다시 수감 생활을 해야 했다.
결국 국왕의 사면을 받아 2018년 석방된 안와르는 지난해 총선을 거쳐 연정을 꾸리면서 총리로 취임했다.



이탈리아의 언론재벌 출신이자 정계 거물로 2011년까지 총리를 지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거의 20년간 이탈리아 정치권을 이끈 인사였다.
하지만 그는 이 기간에 횡령과 세금 사기, 뇌물수수 등 최소 17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그는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했고, 항소심에서 상당수 혐의를 벗었다. 2011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것은 법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 부채 위기가 이유였다.
그는 퇴임 후 세금 사기 혐의에 대해선 유죄 선고를 받고 요양원에서 1년간 사회봉사를 명령받았다.
뇌물수수 혐의도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작년 조기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가 현 총리인 조르자 멜로니의 이탈리아형제들(Fdl) 등과 우파 연합을 결성해 승리에 일조하고 자신도 상원의원에 당선되면 화려하게 정계에 복귀했다.



이처럼 각종 법적 논란 속에서도 화려하게 부활한 일부 세계 지도자의 길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밟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에 대한 재판이 내년 대선 출마를 막진 못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미국에서 대선 옥중 출마 사례가 있는 점에 비춰, 트럼프가 재판 과정에서 수감된다 해도 대선 출마를 막는 법적 장벽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역시 최악의 경우 옥중 선거운동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미 언론의 관측이다.
차기 대선 공화당 후보 선두를 달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기소를 정치적 박해로 몰아가고 있고, 기소 이후 보수 지지층 결집도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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