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입막음 vs 장부조작'…매체성향 따라 혐의 부각내용 달라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형사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기소인부절차를 위해 법원에 출석하자 미국 언론들은 이를 주요 뉴스로 다루며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언론들은 '전례 없는', '역대 처음'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 법원 출석 소식을 긴급히 내보냈다.
방송들은 이날 오전 일찍부터 실시간으로 맨해튼법원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머무는 숙소인 트럼프 타워 앞을 연결해 관련 소식을 전했고, 신문이나 인터넷 매체들도 홈페이지를 통해 시시각각으로 전개되는 소식을 업데이트해 경쟁적으로 전하며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보도했다.
CNN 등 주요 방송은 이날 오후 1시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인부절차를 밟기 위해 숙소인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를 나선 뒤 차량에 올라 맨해튼 법원으로 향하자 헬기까지 동원해 차량을 쫓아가며 처음 있는 전직 대통령의 형사 법원 출석 장면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전달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원에 들어서는 모습과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장면 등도 고스란히 안방까지 전달됐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문을 찍는 장면은 공개되지 않았다.
방송사들은 법정에서 진행되는 기소인부절차를 생방송 할 수 있도록 법원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후안 머천 판사가 이를 불허해 방송되지는 못했다.
다만 머천 판사는 언론의 사진 촬영은 허용해, 50여분간 기소인부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방송들은 사진을 보여주며 법정내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미 언론은 기소 인부 절차가 끝난 뒤에는 일제히 34개 혐의에 대한 트럼프의 전면 부인과 무죄 주장 소식을 긴급하게 전하면서, 변호인측 주장과 검찰의 기자회견도 전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의 자택으로 복귀하기 위해 인근 공항으로 향하는 장면도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미국 전직 대통령의 법원 출석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날 뉴스는 모든 언론매체의 공통 관심사였지만, 매체 성향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34개 혐의 중 '성추문 입막음 의혹'을 내세웠다.
NYT는 "트럼프 기소는 3개의 성추문 거래 혐의를 포함하고 있다"며 "포르노 스타와 플레이보이 모델, 아파트 도어맨(doorman)에게 돈이 지급됐다"고 전했다.
반면, 보수 색채가 강한 폭스뉴스는 "트럼프가 장부 기록 조작과 관련한 34개 혐의를 부인했다"며 성추문 혐의보다 장부 기록 조작 혐의를 거론했다.
CNN은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검 검사장이 "누구든, 우리는 범죄 행위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자회견과 "(입막음용) 돈의 일부가 트럼프 계좌에서 직접 넘어갔다"는 검찰 주장을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다.
뉴욕포스트는 검찰의 기소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의 반응도 비중 있게 실었다.
또 일부 매체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발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폭스뉴스는 "시위자들이 뉴욕 법원 밖에서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며 고조되는 분위기를 전했고, 뉴욕포스트는 "시위대가 법원 밖에서 경찰과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MSNBC와 CBS 등은 트럼프가 34개 중대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날 법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고 비교적 담담하게 전했다.
WSJ은 2018년 1월 트럼프 측이 전직 포르노 배우인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성관계에 대해 침묵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하면서 트럼프의 성추문에 불을 지핀 바 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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